바야흐로 쏟아지는 출판물의 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간이 나오지만 정작 손길은 쉬이 가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와 소설의 레퍼토리가 버겁다면, 그림책에 눈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

 

  연남동의 중심가 연트럴파크 골목 가에 자리 잡고 있는 ‘달달한 작당’은 그림책카페다.

  나무 난간에 의지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입구에서부터 각양각색의 포스트잇들이 눈길을 끈다. 방문했던 이들이 책을 읽고 남겨놓은 감상들이다.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가면 동화책이 빽빽한 서가가 반긴다. <노란우산>이나 <돼지책>처럼 흔히 들어본 그림책부터 따끈한 새 책까지, 그야말로 그림책 천국이다.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보는 거라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어른 손님이에요.” 직원 강심지(여‧28) 씨는 “아이들은 주로 가족단위로 찾는 주말에 볼 수 있다”며 재차 어른을 위한 카페임을 강조한다.

 

  처음엔 상을 받거나 유명한 그림책 위주로 가져다 놓았는데, 요즘엔 새로운 시도가 많다는 그녀의 말대로 책꽂이엔 특별한 규칙이 없다. <강아지똥>옆엔 <도토리목공소>가, 그 옆엔 <난 내가 좋아!>가 놓여 있으니 말이다. 널찍한 서가는 그림책에만 넉넉한 게 아니다. 그림책이 낯선 어른들을 위해 다른 선택지도 마련해 놓았다. 유려하게 흐르는 팝송과 클래식을 따라 절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서가 한 편에 색다른 코너가 나타난다. 동물이 그려진 책과 엽서 그리고 여행 에세이가 비치돼 있는 곳이다. 앞을 서성이고 있으니 강 씨가 웃는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귀엽잖아요?” 다 큰 어른들이 저마다 동화책을 들고 모여 앉은 진풍경에선 살포시 동심이 묻어난다. 얇은 책이지만 결코 책장은 가볍게 넘어가 주질 않아 골똘해진다. 화가 나 있는 너구리, 집을 잃은 꼬마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복잡하던 머릿속은 깔끔하게 비워진 지 오래다. 종이 냄새가 포근한 ‘달달한 작당’에서 자그마한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는지.

 

글·사진│이다솜 기자 ro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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