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와 연세대에 가장 크고 신나는 연례행사를 하나 꼽으라 한다면 단연 고연전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몇 만 단위의 관중들이 함께 한다는 큰 규모뿐 아니라 양 대학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니 열기가 미지근할 수가 없다. 고연전은 첫 경기인 야구를 시작으로 마지막 경기인 축구까지가 끝나면 막을 내리지만, 축구 경기가 끝났다고 고연전을 모두 즐겼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고연전 뒤풀이도 고연전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연전 뒤풀이는 경기장이 아닌 거리에서 이뤄지는 만큼 뒤풀이 매너에 관한 갑론을박이 그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에 ‘붉은 악마’ 붐이 일었다. 4강 독일전을 응원하기 위해 시청 앞과 광화문에 100만 명 가량의 인파가 모였고, 넘쳐나는 인파에 소음은 말할 것 없고 인근의 교통이 마비되는 불편함도 일어났다. 하지만 그 응원단을 ‘비매너’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물론 경기 뒤풀이로 유발되는 소음과 불편은 경기 응원으로 유발되는 그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고연전 뒤풀이는 고연전의 경기들과 더불어 행사와 시간이 예정돼 있는 이벤트이며 사실상 고연전의 일부이다. 뒤풀이도 고생했다는 응원인 셈이니 당연히 뒤풀이 행사에 의한 소음과 교통 체증도 비매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뒤풀이의 주요 행사는 줄 맨 앞의 ‘차장’이 여러 명의 꼬리물기로 구성된 ‘기차’를 데리고 인근 술집으로 들어가 공짜 술과 안주를 얻어먹는 ‘기차놀이’다. 뒤풀이를 즐기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공짜로 받는 술과 안주지만 가게에 지정된 여러 과의 교우회에서 술값과 안주 값을 가게에 지불해주기 때문에 가장 감사해야 할 대상은 교우회, 즉 선배들이다.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받으면서 사장님께 감사하단 말을 건네는 것은 분명 매너 있고 따뜻한 일이지만, 그 말을 건네지 않는다고 해서 비매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연전이라 신난다고 금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비매너 이전에 불법이다. 돈을 내야 먹어야 하는 가게에 들어가 공짜 술과 안주를 조르는 것 또한 진상 행동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하지만 거리를 메워 생기는 교통 체증이나, 응원가 때문에 생기는 소음은 축제의 열기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닐까. 거의 70년째 이어져, 이제는 고려대와 연세대만이 아니라 안암과 신촌 지역 전체의 축제인 고연전, 그 이틀 밤 동안은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에게 거리를 내줄 수 있지 않을까.

 

김한주(공과대 건축사회환경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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