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학할 당시 새터에서 배운 응원문화는 충격적이었다. 온통 빨간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양 팔을 어깨에 걸고, 음악에 맞춰 소리를 고래 지르며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이라니! 눈을 찌르는 땀을 연신 털어내며 누군가는 고된 동작에 표정을 찡그리고, 누군가는 그 모습이 즐겁다며 좌우의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풍경. 2002 월드컵을 생생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그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똘똘 뭉치는 모습에 놀라움과 낯섦, 신선함을 느꼈다. 입실렌티에서 운동장을 한가득 채운 ‘광적인’ 붉은 원들의 파도를 봤던 이라면, 마치 종교적 집단의식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행위예술에 여러 감상을 떠올렸을 것이다.

  어쨌든 고연전이 또 다가왔다. 학번 고하를 막론하고 기다리는 우리 학교 최대의 행사다. 이틀에 걸친 다섯 번의 승부. 누군가에게는 쉼 없이 흘린 땀의 결실을 맺을 순간이자, 누군가에게는 미련과 아쉬움의 눈물을 훔쳐야 할 잔인한 10월이다.

  부모님이 여쭤보신다. “연고전(슬프지만 어른들에게는 연고전이 익숙하다)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니들은 난리니?” 글쎄요. 이기면 이겨서 좋고, 져도 하루 놀았으니 좋고. 이래도 즐겁고 저래도 즐거우니까요.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또 언제 오겠습니까? 냉철한 척 분석 기사를 펼쳐 내놨지만, 마음은 하나다. 승리하라 고려대!

 

장강빈 편집국장 wh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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