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10월 2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논평이다. 세간에서는 이 논평을 두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진행되는 샅바 싸움이라는 의견과 애초 비핵화 의지가 없었던 북한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충돌한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종전선언만을 받는 것은 부족하고, 그 종전에도 미국의 동의가 불가분한 점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국제정세 속에서 이 논평은 종전선언의 주체가 한국과 북한임을 분명히 밝히는 선언이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 점과 단계적으로 진전해온 남북 정상회담을 살펴보자. 이 진행 과정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 삼국이 타협하고 있는 것은 비핵화의 여부가 아닌 비핵화의 대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분명, 종전선언만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지만,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촉매제임은 그 무엇보다 확실하다. 종전선언은 단순히 한국전쟁이 끝났음을 시사하지 않는다.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미 고위급 대화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미 국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미국이 우리를 보통국가로 인정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보통’국가로 인정받고 싶어하며, 이를 보면 이 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인 것이다.

  종전선언이 마냥 북한에만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종전선언은 약 70년간 쉴 새 없이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한반도 전체에 완전한 평화를 불러올 방법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초엔 북미 관계가 좋지 않아 어쩌면 전쟁이 재발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만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종전선언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되려 비핵화보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이며 비핵화를 향한 첫 발걸음이라고 칭할 수 있다.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후행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동안 진행된 수차례의 회담 내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온 북한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선행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점에선 종전선언에 비핵화를 명기하는 방안 또한 추가로 검토되고 있다. 종전선언은 한국이 북한에게 일방적 이득을 주는 선언이 아닌, 양측이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루기 쉬운 단계부터 서서히 진행해 나갈 때야말로 난제로 여겨지는 비핵화를 보다 완벽하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김태경 (보과대 바이오의과학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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