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인 김소월이 자신이 사랑했던 원옥이라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쓴 시가 바로 초혼(招魂)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몸을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거하여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 된 것을 초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김소월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과 비탄감을 체념적이고 수동적인 어조로 분출해 내곤했다. 자신을 떠나는 임에 대해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라 표현했던 ‘진달래꽃’이라는 시에서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초혼’이라는 시에선 김소월의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위에서 이미 세상을 등진 사람의 이름을 수 없이 외치며 그의 혼이 다시 돌아올 것을 적극적으로 애원한다. 아마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이의 혼과 가까이 가려는 김소월의 의지가 그를 산 위까지 올라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가수 장윤정의 ‘초혼’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아마 김소월역시 이름을 부르다 죽겠다는 표현을 통해 죽어서라도 임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 앞에서 사람은 정말 헌신적이고 간절하게 된다는 것을 이 시가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김보승(미디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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