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시작, 반환점 그리고 마지막까지 모두 고연전이 장식했다. 고연전에 인력을 집중한 탓인지 보도는 적었고 시의를 알 수 없는 인터뷰가 4면과 5면 양쪽을 모두 채운 건 옥의 티였다. 그래도 1면은 여러모로 인상 깊었다. 10월 9일이 한글날이라는 이유로 제호를 한글로 쓴다든가, 유일하게 승리한 하키팀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어준다든가. 12면에선 학내 방송국 스태프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전했다. 르포 느낌으로 현장감을 극대화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담은 레이아웃은 한없이 무난하고 안전했다.

  한 학기 한두 번이라도 소재가 고정돼 있다면 많은 것들을 미리 기획해둘 수 있다. 솔직히 부럽다. 그렇기에 늘 지켰던 깔끔함을 넘어 고연전만을 위한 색다른 레이아웃을 준비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일반 보도와 큰 차이가 없어선지 구성원이 아니어선지, 신문을 다 읽고 나니 다른 보도 기사와 비교했을 때 고연전 결과는 기억도 잘 나질 않았다.

  고대신문의 기사는 뒤가 깔끔하다. 취재원의 멘트로 건조하게 마무리된다. 2면 ‘관리도 공개도 미흡한 총학 기록물’ 같은 기사에선 괜찮다. 하지만 해설 기사에서도 같은 패턴이면 곤란하다. 3면 상단의 ‘운영 부실한 고려대 kupon 앱, 학생들은 외면’은 타대생도 흥미로워할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 기능 절반이 먹통인 현 상태를 짚은 첫 꼭지는 깔끔했다. 그런데 두 번째 꼭지부터 갑자기 제목과 내용의 부조화가 시작됐다. kupon의 수요가 적은 이유를 다룬 문단은 뒤로 숨었다. 리드 바로 뒤, 가장 중요한 내용이 언급돼야 할 자리엔 업데이트 부실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왔다. 기사의 성격을 규정할 마지막 꼭지도 마찬가지였다. 제목이 “의견 수렴하고 기본 기능에 충실해야”길래 유사 사례에 비춰 kupon의 나아갈 길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외대와 이화여대의 성공사례만 소개될 뿐, 유의미한 제언은 없었다. 사례를 전시하고 ‘나는 이래서 이 어플을 많이 쓴다’는 익명의 이대 재학생의 의견을 인용한 데서 기사가 끝나버렸다. 숙제를 떠안은 기분이 들었다. 분량이 모자라 마무리 문장을 지웠나 생각할 정도였다.

  어떤 기사에선 기자가 자신의 시각을 내비칠 수 있는 ‘아웃트로’가 필요하다.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kupon이라는 앱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으니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이상의 뭔가를 얻을 수 있었을까? 정보만 잔뜩 펼쳐놓고 이해는 독자의 몫으로 떠넘긴 셈이다. 기자가 단순히 kupon 앱이 인기가 없다는 것을 기록에 남기려는 의도를 갖고 이렇게 기사를 마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재 낭비다. 읽는 사람에게 현 상황을 풀이해줘야 할 기사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데서 멈춰섰기 때문이다. 지나친 깔끔함은 한껏 부풀던 기대감만 낮출 뿐이다.

 

조정빈 대학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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