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며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청하고 싶을 때가 있다. “넌 그것보다 이게 더 어울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거 별로니까 하지 마”와 같은 조언과 충고는 나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나 자신이 타인의 말에 구속된다고 느낄 때 그 애정이 버겁게 느껴지곤 한다. 관심은 고맙지만, 실수로 애정이 한 숟갈이라도 더 첨가되는 날엔 결국 참견이 되고 만다.

  무례한 참견인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 5집 <mono>의 ‘그건 니 생각이고’(장기하 작사·작곡)를 들으며 잠시나마 청량감을 느껴보자. 이 곡은 입안에서만 맴돌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을 대신해준다. “그냥 네 갈 길 가.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참견에 고통받는 한편,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거나 지레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 곡이 겨냥하던 대상은 2절에서 나 자신으로 역전된다.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라. 그냥 네 갈 길 가.”

  앨범 <mono>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혼자’를 키워드로 작사했고, 특이하게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 방식으로 믹스해 재치있는 사운드를 낸다. 특히 이 곡은 스마트폰 건반 앱을 이용해 연주해 독특함을 더한다. 장기하의 목소리를 받쳐주는 건반 소리를 유심히 들어보면 오락실 게임기 BGM을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들린다. 한 곡이 끝날 때쯤이면 가사보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음악을 할 자신이 없어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해체하겠다고 밝힌 장기하와 얼굴들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글|엄지현 기자 al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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