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 내려갔다고? 와, 대박. 부럽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구례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면 흔히 돌아오는 말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짐을 꾸려 시골에 내려왔다고 하니 그들에겐 신기했을 법도 하다. 시골에서의 삶은 조용하고, 아늑하기에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이 보기엔 좋아보일 수도 있고.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이 항상 보이는 것처럼 여유만 넘치는 건 아니다. 특히 뒤에 따라오는 질문은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구례에서 뭐하려고? 농사?”

  시골에 가면 으레 농사를 지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한숨이 나오지만 나 역시 이곳에 오기 전엔 ‘농사나 할까’라는 생각을 했으니 도긴개긴이다. 이럴 땐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얼버무리기 일쑤다. 사실 아직 결정을 내린 것도 없고, 뭘 해야할지 가닥이 잡힌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의 삶은 낭만이 넘치지만 현실의 벽은 도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몇 달 동안 농사(체험)를 지으며 한 가지 얻은 깨달음은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농사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구례는 인구 2만 7000명의 작은 곳이다. 그만큼 일자리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수도 절대적으로 적다. 기자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려봤지만 눈길이 가지 않았다. 기자말고 다른 일은 해본 적 없는 내가 과연 시골에 살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의문이 생겼다.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다보니 나는 만나는 사람도 점차 줄었고, 고립돼 갔다. 시골에서 젊은이들이 살기 어려운 이유가 이런거구나. 도시에선 학교에서 만난 친구, 직장에서 만난 동료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지만 이곳에선 달랐다. 또래가 없다보니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토박이가 아니라면 시골에서의 삶은 모든 걸 다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아야지 별 수 있나. 직접 발 벗고 나서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직접 구상했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기 위해 그들이 모이는 곳으로 갔다. 나는 젊고 능력이 있으니까(?) 가만있으면 일이 생기고, 사람들이 다가올 거라는 교만을 벗어던졌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내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이 생활에 지쳐 다시 서울로 돌아갈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1년 전만 해도 하루하루 녹슬어 가는 내가 지금은 다시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요즘은 누가 구례에서 뭐할 건지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글쎄, 아직 찾고 있어.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구례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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