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뗘, 우리 장 맛 한번 볼텨?”

전통장류기능보유자 조숙자 명인 인터뷰 김인철 기자l승인2018.11.19l수정2018.11.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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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세곡동의 한 마을, 빌라들 사이로 수십 개 장독대가 가득 찬 주택이 눈에 띈다. 전통장류기능보유자인 조숙자 명인의 집은 일반인이 전문적인 장을 담그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다. 조숙자 명인은 전통장류 장인으로서 전통문화 전승을 위해 35년간 일반인에게 장 담그기 기술을 강의해왔다. 조숙자 명인의 자택으로 찾아가 장 담그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전통장류기능보유자인 조숙자 명인은 35년간 일반인에게 장 담그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명인의 손맛

  “이게 4년 된 집된장인디, 한번 맛봐봐. 파는 거랑 완전 다르지?” 조숙자 명인은 자택에 놓인 수십 개 장독대 중 하나를 열고 자신의 된장을 선뜻 건넸다. 깊은 장맛엔 수십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장을 담그는 방식을 강연했던 세월과 열정이 담긴 듯했다. “나는 친정 어머님께 장을 배웠는디, 3대째 이어온 거라 할 수 있지. 맛이 워낙 좋아서 일류 호텔에서도 우리 집 장을 얻으러 찾아오고 그랬었어.”

  21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온 조숙자 명인의 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에서 입소문을 탔다. 당시 서울의 한 호텔이 자신들이 쓸 장을 수소문했는데, 3대째 전승된 조숙자 명인의 장에 푹 빠진 것이다. 이후 조숙자 명인은 그 호텔의 요청으로 장을 꾸준히 제공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장을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유명해지기 시작하니까 이곳저곳에서 장을 요청하더라고. 그 이후로 장을 담그려고 메주를 몇 개나 쑨 건지 몰라.”

  조숙자 명인이 장을 만드는 과정은 재료 선정부터 까다롭다. 수입 콩은 쓰지 않고 오로지 국내 콩만을 고집한다. 또한, 천일염을 수차례 정제해 쓴맛을 없애고 단맛을 키우는 것도 명인의 핵심 비법이다. 비 내릴 때마다 덮개를 씌우는 등 정성은 기본이다. 조숙자 명인은 전통 장이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선 꼼수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통 장이 제대로 맛을 내려면, 재료부터 엄선해야만 혀. 수입 콩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맛이 안 나고 소금도 정제하지 않으면 쓴맛이 강해져. 맛있는 장은 정성에 나오는 것이여.”

  전통문화를 잇기 위한 노력

  “서울농업기술센터의 초청으로 시작한 강연이 어느덧 35년이나 흘렀어. 지금은 기술센터 말고도 다양한 곳에서 장 담그기를 알려주고 있어.” 조숙자 명인은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수하기 위해 일반 가정에 장 담그기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자택 지하실에 강의실 마련할 정도로 열성이 엄청나다. 지하실에선 조숙자 명인의 설명 아래 그녀가 직접 만든 장을 보고 만지며 기본적인 메주 쑤는 법부터 된장, 막장, 고추장까지 다양한 장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의사가 말려도 나 말곤 강의할 사람이 없으니 해야만 했어.” 조 명인은 몸이 성치 않음에도 강연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빠지지 않고 진행했다. 심지어 메주를 너무 쑤어 어깨의 인대가 끊어질 때도 명인의 사전엔 휴강이란 없었다. 조숙자 명인은 전통 장에 관심을 가진 이에게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는 게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직접 장을 담그는 문화가 사라지는 요즘에 관심 있는 이가 있으면 당연히 알려줘야지. 우리 식문화에 전통 장은 빠질 수가 없어. 그러니 내가 아프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알려줘서 장 담그기 문화를 많이 알려야만 혀.”

  조숙자 명인은 시대가 지날수록 장을 담그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많은 가정에서 전통문화가 활성화되기를 바랐다. “장 담그기 같은 전통문화가 바로 서야만 한국인의 건강한 식탁이 완성될 수 있는겨, 조상 대대로 먹어온 전통 장은 어떤 것보다도 우리에게 맞는 음식이여. 내가 잘 알려줄테니께 언제든 배워서 꼭 직접 만들어 먹어보면 좋겠어.”

 

9글·사진│김인철 기자 charlie@

김인철 기자  charlie@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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