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혹은 상처에 관하여 - 박상천

 

非犬이라는 말은 없지만

非人間이라는 말은 있다.

그것은 애초에

개에게 거는 기대와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대란 항상 어긋나기 마련인 것.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은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라 말했다. 기대도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바랄 때 우리는 기대감을 가진다. 하지만 동시에 괴로움은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소한의 기대’를 세운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개인마다의 기준점은 존재하고 그것은 각자 다르다. 결국 인생은 나와 타인의 세계가 부딪치는 과정이다. 부딪치는 과정에서 다른 점을 함께 바꾸든지, 혹은 이를 거부하고 다른 세계를 찾는 과정이 인생이다. 만약 아무 기대도 없는 삶이라면, 그 어느 세계와도 맞닥뜨릴 일 없이 혼자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일 텐데, 오히려 비인간적인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보아도 그렇다. 대중들이 그렇게 분노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에서 기대하는 인간성의 기준을 넘어서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시는 말한다. 기대감을 저버리면 비인간적이라고. 우리는 비인간성에 상처받는다고. 그래서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만약 우리 모두가 기대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에 대해서도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냥 흘러지나가는 하나의 뉴스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기대하지 않아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외면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사회가 인간과 비인간성을 떠나 과연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던져주는 시이다.

 

김한솔(사범대 지교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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