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써야 친절한 글이 된다. 눈으로 따라가기만 해도 내용이 술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글쓰기 책마다 대표적으로 꼽는 팁이다. 각 잡고 집중해서 읽어야만 읽히는 글은 불친절한 글이다.

  이 점에서 고대신문은 늘 아쉽다. 독자가 초집중해 스스로 기사 속 정보를 캐내야할 때가 많다. 기사 주제가 잘 드러나는 사례 대신, 재미없는 설명이나 불필요한 멘트가 분량을 채울 때도 있었다. 어려운 한자어, 불필요한 명사, 번역투를 나열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1. 1867호 3면 <개관한지 2년, CCL이 구현한 아카데믹 테마파크> 기사를 찬찬히 뜯어보니 ‘CCL이 흥미로운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찬찬히 뜯어보고 나서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우는지, 지난해 유튜브 페스티벌 상위 10팀의 아이템은 뭐였는지, DIA TV와 연결된 사례는 뭐가 있는지 같은 선명한 사례와 내용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CCL의 가치가 확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2. 제목은 독자가 제일 먼저 기사를 접하는 부분이다. 가장 친절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대신문의 제목엔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4면 <변화와 개선 시급한 SW 기초교육 ‘정보적 사고’>는 이번호에서 가장 무성의하다고 느낀 제목이었다. 기사엔 왜 변화와 개선이 시급한지가 담겨있다. 교육 내용이 타교에 비해 활용성이 낮고, 학생들은 답안을 공유하는 등 형식적으로만 과정을 이수한다. 하지만 제목엔 이런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았다. 심리학과의 학부 독립을 다룬 3면 <교과과정 개편부터 학위 다양화까지 추진해>도 ‘사회문제 중심 교과과정’이나 ‘이학사 수여’같은 키워드가 제목에 있다면 더 시선을 끌었을 것 같다.

  #3. 기사를 읽다가 번역투나 명사를 지나치게 많이 써서 잘 안 읽히는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3면 <의과대, 임상실습생 기숙사 개소> 기사에서 ‘개소했다’는 ‘열었다’로, ‘학생들의 입사가 시작됐다’는 ‘학생들이 들어갔다’로 바꿀 수 있다. ‘기숙사 지원사업의 유지다’는 ‘기숙사 지원사업을 유지하는 것이다’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4. 가장 잘 읽힌 기사를 꼽으라면, 용두제6구역 재개발 문제를 다룬 11면 <보상금 문제로 진통… 조합 측 “올해 내 착공 목표”>였다. ‘어머니 대성집’이 터를 옮긴다는 첫 문장도, 제목도 독자에게 친절한 설명처럼 느껴졌다. 12면 <서울 한복판에, DMZ>도 마찬가지다.

  #5. 쉽고 친절한 글쓰기와 별개로 1면 <고파스에서 시작된 신재민 교우 논란> 기사는 내용이 부실해 아쉬웠다. 1면에 싣긴 했지만 이미 일간지와 방송, 인터넷 뉴스를 통해 쏟아졌던 보도를 압축한 정도에 그쳤다. 고대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을 기대했지만 없었다. 구체적인 학내 여론, 새로운 폭로 트렌드 등을 다뤘더라면 완성도 높은 대학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선미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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