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0 21:31 (월)
[탁류세평] 고려대학교 4년은 우리 인생에 어떤 의미인가?
[탁류세평] 고려대학교 4년은 우리 인생에 어떤 의미인가?
  • 고대신문
  • 승인 2019.03.04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진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칼바람도, 미세먼지도 물러간 오후, 맑은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캠퍼스 안을 거닐어 봤다. 참으로 오랜만에 누려보는 호사다. 한산하던 캠퍼스 곳곳에 학생들이 무리 지어 지나는가 싶더니 심지어 응원구호까지 울린다. 아기 호랑이들을 재학생 호랑이들이 열렬 환영하고 있구나! 아, 벌써 2019년 새 학기가 열리는 것인가! 26년 전 이맘쯤 이 아름다운 캠퍼스 안에 들어서던 순간 내 가슴을 꼭 죄던 기대감과 설렘과 두려움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고려대학교 4년은, 고대는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26년 전 같이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내 동기들 중에는 비교적 만족하며 지내는 - 이런저런 불평과 호소쯤이야 엄살 아닐까 싶은 - 친구들도 있고, 선망의 대상인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지 못한 다른 길을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고,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좌절감에 기를 못 피거나 아예 연락을 끊고 사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무엇이 이들의 인생을 이렇게 갈라놓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고려대학교 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주며,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특히 이른바 대한민국 3대 마피아의 하나로 불리는 고대교우회의 끈끈함은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서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여러분 동기 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에 비해 –남들이 보기에는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상대적 열패감으로 인해 동기들과도 소원해지는 사람도 적지 않게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여러분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만족할 수 있는가이다.

  일제강점기의 보성전문, 6,25 전쟁 직후의 고려대학교를 돌이켜보자.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중의 하나였지만, 경성제대(서울대), 연희전문(연세대)와는 다른 강한 특성을 보였다. 세련되기보다는 투박하고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정의에 대한 열정을 앞세웠던 그들은 3.1운동을 비롯한 독립투쟁에서, 4·18에 앞장서는 민주화투쟁에서 그 정신이 확연하게 빛을 발했다.

  당장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를 먼저 생각하며, 사람을 지키는 학교, 그것이 오늘날 우리 고려대학교의 성장동력이었다. 26년 전 내가 고려대학교에 입학할 당시도 최고의 명문대학이었지만, 시설보다는 사람이 좋은 학교였다. 그런데 보라. 사람이 모든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이 좋은 학교보다는 사람이 좋은 학교가 훨씬 더 올바른 방향으로 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이제 고려대학교는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이 되었고, 여러분은 그 고려대학교의 그늘에서 성장하며 그 고려대학교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키워야 할 책무를 지게 되었다.

  여러분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생각할 것이지만, 많은 부분은 여러분 가족의, 때로는 친구의, 그리고 이 나라와 사회의 도움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맞다.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 당시의 역경 속에서 살아왔던 선배들과 비교하면 이 점은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가족뿐만 아니라 나라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회에 대해서도 빚을 지고 있다. 법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여러분이 이 나라를 이끌어갈 엘리트로서 항상 의식해야 할 도의적 책무이다. 여러분의 능력이 닿는 만큼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애쓰라. 나를 위한 것과 세상을 위한 것이 충돌되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하라. 그러면 여러분은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나라의 동량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20년 후, 30년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이며 오늘을 돌아볼 때 어떤 마음일 것인가? 부디 고려대학교에서의 4년이 있음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음을 되새기며, 스스로 흐뭇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