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산신령님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2015년에 분양받아 햇수로 4년째 키우고 있는 애완 토끼 엠마입니다! 엠마는 롭이어 종으로, 일반적으로 토끼하면 떠오르는 귀가 쫑긋하게 올라간 이미지와 다르게 귀가 축 쳐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분이 언짢아지면 쳐져 있던 귀가 번쩍 올라간답니다. 황토색이 조금 섞인 흰색 털과 긴 수염을 가지고 있어 커갈수록 전래동화의 산신령 같아 산신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죠.

  엠마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막내 동생의 생일선물로 무려 전라북도 익산 (저희 집은 경상도)에서 왕복 6시간에 걸쳐 데려온 친구입니다. 롭이어 종은 순하고 겁이 많은데요, 그래서 처음 데려왔을 때 상자에서 며칠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아 한동안 동생이 울상이기도 했답니다. 엠마는 갉아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해 제 티셔츠에서 시작해 벽지, 전선까지 집안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 놓았습니다. 전선을 갉아 먹어 갑자기 멀쩡했던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는 일도 일상다반사였죠. 이렇게 사고뭉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자세로 엎드려 햇볕에 일광욕을 하는 엠마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어느새 미소를 띠며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변은민(문과대 영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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