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위기, “알고 있수꽈?”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위기, “알고 있수꽈?”
  • 전남혁 기자
  • 승인 2019.03.18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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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의 6개 대방언 중 가장 독특한 방언은 제주어다. 제주어는 음운, 문법, 어휘적으로 다른 방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그 형태나 표기의 특수성으로 인해 ‘훈민정음에 가장 가까운 한글’이라고 불리는 제주어는 현재 사멸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2010년 12월,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사라지는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이후 제주 지자체에서는 행정적, 교육적, 문화적으로 제주어를 지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어’라고도 불리는 제주방언

  제주방언은 국어학·방언학적 용어로, 도(道) 단위로 방언 구획을 하게 되면 제주도 방언(濟州道 方言)이라고 부르고, 행정 구획으로는 제주도에 속하지만 방언 구획상 서남 방언에 속하는 추자도의 방언을 배제하게 되면 제주도 방언(濟州島 方言)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제주도 토박이들 사이에서 제주방언은 최근 제주(도)방언, 제주사투리, 탐라어, 제줏말, 제주어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공공기관, 민간단체에서는 제주방언과 함께 ‘제주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해 ‘제주어’라는 용어 사용에 근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본 조례에서는 제주어를 ‘제주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중 도민의 문화 정체성과 관련 있고,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로 정의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어 연구소 강영봉 이사장은 “제주어, 제주방언 어느 쪽으로 불러도 상관은 없다”면서도 “‘방언’이라는 말을 붙이게 되면 ‘주변’, ‘변두리’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없어 제주도 안에서는 이를 ‘제주어’라고도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중세 국어의 흔적을 품고 있어

  제주어는 음운, 문법, 어휘적으로 다른 방언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음운적으로 가장 독특한 점은 단연 아래아(ᄋᆞ) 모음의 존재다. 제주어를 사용하는 50~60대 이상의 장년층은 [馬];말[言], [月]; 돌[石], 다[懸․甘]; 돌다[回] 등의 어휘들을 구분해 발음하고 있다. 내륙에서 아래아는 2번의 변화를 통해 사라졌다. 우선, 비어두 음절에 존재하는 ‘ᄋᆞ’는 16세기 들어서면서 대부분 ‘으’로 합류했으며, 18세기 중반에 어두 음절에서의 ‘ᄋᆞ’는 ‘아’로 바뀌었다. 현재 제주어는 2번째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상태다.

  아래아 모음을 지닌 어휘들이 제주어에만 남아 있는 이유는 제주해협이라는 제주의 지리적 특수성과 관련된다. 신우봉(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아래아 모음의 소멸과 같은 언어의 변화는 물결의 퍼짐처럼 점진적으로 확산된다”며 “이러한 확산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의 제주해협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도 발음의 편의를 위해 어두 음절의 아래아 모음은 점점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양상은 다른 방언의 변화 양상과 같지 않다. 서울에서는 ‘ᄃᆞᆯ[月]’이 ‘달’로 발음되지만, 제주에서는 ‘ᄃᆞᆯ[月]’을 ‘돌’로 발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표준어의 영향으로 현재 제주에서는 두 발음이 모두 나타나고 있다. 있다. 정승철(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현재 제주에서는 아래아 모음에 대해 아 모음과 오 모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언어의 대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법적으로는 의문사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설명 의문문과 네/아니오 등 긍·부정 여부에 대한 판정을 요구하는 판정 의문문에 형태가 다른 종결 어미를 쓴다는 점에서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느네 방학 언제고?(너희 방학 언제니?)’라는 문장은 의문사 ‘언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이 문장에서는 ‘–은고’라는 어미가 붙는다. 반면 네/아니오의 판정을 요구하는 ‘느네 방학 오널가?(너희 방학 오늘이니)’라는 문장에는 ‘–은가’라는 다른 어미가 붙는다. 표준어에선 각각의 문장에 ‘–니’라는 동일한 종결 어미를 쓰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어미의 대립에 의한 의문문의 구분은 자연스레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미 ‘-엔’은 설명의문문, 판정의문문에 모두 사용된다. ‘어디 가멘?(어디 가니?)’이라는 질문에 ‘ᄒᆞᆨ게 가멘(학교 가)’라는 설명이, ‘ᄒᆞᆨ게 가멘?(학교 가니?)’에 ‘아니’라는 판정이 나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우봉 교수는 “현재 제주방언 의문 어미에 의한 대립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아래아 모음이 젊은이들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것처럼, 문법에서도 제주방언의 특징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휘적으로도 제주어는 다른 방언과 구분되는 특수성을 지닌다. 대표적으로 일본어, 몽골어의 영향을 받은 어휘가 다수 나타난다. ‘우산’을 ‘가산’으로, ‘풍로’를 ‘간대기’로, ‘밥공기’를 ‘쟈왕’이라고 하는 것이 전자의 예며, ‘검은 말’을 ‘가라ᄆᆞᆯ’, ‘붉은 말’을 ‘적다ᄆᆞᆯ’ 등으로 하는 것이 후자의 예다. 또한 제주어에서는 형태적으로는 다른 방언과 유사한 형태를 갖췄지만 그 의미가 다른 단어도 존재한다. ‘속다’가 대표적인 예로, 표준어에서는 이것이 ‘남의 거짓이나 꾀에 넘어가다’는 뜻을 가지지만 제주어에서는 ‘고생하다, 수고하다’란 의미를 가진다.

 

  제주어의 ‘위기’ 선고한 유네스코

  이렇게 언어 체계로서 뚜렷하고 독특한 특징을 가진 제주어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16일, 유네스코는 제주 방언을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사라지는 언어’의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분류됐다.

  사라지는 언어는 취약한 언어(Vulnerable language), 분명히 위기에 처한 언어(definitely endangered language),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severely endangered language),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 소멸한 언어(extinct language)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이 중 4단계는 소멸 직전의 단계로, 노령인구만이 언어를 부분적이고 드물게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전문연구위원은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한 것은 제주어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는 국제사회가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보전 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는 유네스코의 진단 이후 제주어 보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4월 제주특별자치도는 2007년에 제정된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개정했고, 조례에 따라 ‘제주어 보전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출연해 만든 제주어 중점 연구기관 ‘제주학연구센터’에서는 제주어표기법 제정,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고, 관련 학술세미나,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제주학연구센터를 제주학연구재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측은 “제주학연구센터를 재단으로 독립화시켜 소멸위기에 처한 제주어의 전승을 더욱 구체적으로 연구·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 대상으로 한 제주어 교육 시행도

  제주어는 중고등학생 등 젊은 층에서 사용자가 줄고 있어 그 위기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0년 제주대 국어문화원이 제주도 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주 도민의 제주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 120개의 일상생활 어휘 중 응답자의 70% 이상이 안다고 응답한 어휘는 전체 어휘 120개의 9.1%인 11개 어휘에 불과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제주어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교 학교 교육시간을 활용한 ‘제주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의 ‘2019 제주어교육 활성화 시행계획’에 따르면, △학교별 교과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 등 교육과정을 통한 제주어교육 활성화 △제주어교육 자료 개발 및 보급 △제주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사 연수 △지역과 연계한 제주어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 제주어교육의 주요 방향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제주어 교육 강화가 제주어 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해결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학센터 김순자 전문연구위원은 “전 세대가 고르게 제주어를 쓸 수 있도록 제주어 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렸을 때부터 제주어를 배우도록 학교에서의 제주어 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젊은이들의 제주어 사용을 위해서는 제주어에 흥미를 유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신우봉 교수는 “기존의 교육 방안은 대상을 끌어 모으기에 흥미유발의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며 “10대 혹은 20대의 시선에서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특징이 가득한 제주어이지만, 실제 사용자들 특히 젊은 층의 사용은 줄면서 위기가 분명해지고 있다. 후속세대에 제주어를 남기기 위한 지자체와 학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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