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11:29 (토)
“소소한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소소한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9.03.18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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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녕 독립출판 작가 인터뷰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 사람들과 소통한 시간 등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요."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 사람들과 소통한 시간 등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요.”

  노란 줄글 메모지에 손글씨로 써 내려간 긴 글로, 직접 출판한 책으로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가가 있다. 독립출판물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을 비롯해 총 세 권의 책을 펴낸 손현녕 작가는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 사람들과 소통한 시간, 홀로 치유한 시간을 고스란히 글에 녹여낸다. 지금도 글을 통해 소통하는 손현녕 작가를 부산 기장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잖아요. 제게 있어서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 글이었어요. 어느 순간 나이가 들고 철이 드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말로 뭔가를 털어놓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의 분출구로 아무 말 없는 종이를 택하게 됐죠. 힘든 시간마다 종이에 글을 쓸 때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 첫 책 <순간의 나와 영원한 당신>을 독립출판 하게 된 계기는

  “다른 작가님과 함께 글을 써서 모 플랫폼에 올리곤 했었어요. 당시 그 작가님이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셨거든요. 그때 독립출판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다행히 제가 올렸던 글들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자연스레 나도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거기다 인생의 결정은 때로 순간적인 이유가 더해지잖아요. 저희 할머니가 되게 편찮으셨는데,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 바로 책을 내기로 결정해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첫 독립출판을 준비하게 됐죠. 그 책이 바로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독립출판 버전이에요.

  독립출판을 처음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책 홍보였어요. 인터넷에 쳐도 나오질 않으니 홍보 창구가 마땅치 않거든요. 인쇄 당시 100권은 적은 것 같아 300권을 인쇄했어요. 그런데 막상 300권의 책이 집으로 배송되니까 이 많은 책을 다 팔려면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무작정 독립서점의 문을 두드렸죠. 제 책을 입고시켜서 팔아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우선 5권씩만 받아서 팔리는 추이를 보시더라고요. 운 좋게 서울의 큰 독립서점에서 제 책이 잘 팔리게 되면서 일반출판으로 전환도 하게 됐죠. 독립서점이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 3권의 책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우선 제일 처음 나온 책인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은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쓴 책이에요.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고, 준비하던 임용고시도 연거푸 떨어지고 나니 너무 힘들었죠,. 젊음을 저당 잡혀서 공부만 하느라 지금 이 순간이 즐겁지 않은데. 지금 내가 당장 기쁘고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제목도 그렇게 짓게 됐어요. 두 번째로 출간한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당신을 덜 사랑해야 한다>는 제가 SNS에 올린 일기들을 모아 엮은 책이에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이 주를 이루죠. 사람들과의 관계나 갈등 속에서도 나를 더 굳건히 지키고자 하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마지막 책 <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는 잠시 쉬기 위해 머물렀던 제주에서 받은 영감이 되게 많이 들어간 책이고요.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모슬포’라는 조그만 동네에서 머물렀어요. 일몰을 정말 좋아하는데 항구에 앉아있으면 매일 해가 하늘을 물들이며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는 동네였죠. 그러니 힘들었던 게 괜찮아지면서 나름대로 치유가 되더라고요. 그간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입니다.”

 

  - 독립출판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독립출판의 매력은 일반 출판물이 다루기 어려운 내용도 담을 수 있다는 거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하기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신기하게 봤던 독립출판물은 <망친 사진집>이었어요. 그 사진집에 실린 사진 중 조그만 흰색 점이 있는 사진이 있었어요. 처음엔 그 사진이 뭔지 몰랐는데, 하단의 설명을 보고 나서야 그게 비둘기라는 걸 겨우 알 수 있었죠. 일반서점에서 파는 일반 사진집에선 볼 수 없을 만한 내용이죠.

  일반서점에 가면 대부분 베스트셀러라며 책을 고르기 좋게 모아놓잖아요. 그래서 일반서점에선 누가 이미 만들어 놓은 판 속에서 책을 고르는 느낌을 받아요. 반면 독립서점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없어요. 말 그대로 고르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작가와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그래서 독립서점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 SNS를 소통의 창구로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현의 장을 SNS로 넓히고 나니 종이에 쓴 글을 통해 저뿐 아니라 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었어요. SNS에 감성적인 사진과 두세 문장을 올리는 게 유행이었는데, 저는 제 방식대로 노란 줄글 메모지에 손글씨로 길게 글을 써 내려갔어요. 그렇게 인스타그램에 제가 쓴 글을 올리기 시작했죠. SNS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추진력과 용기를 얻기도 해요. 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접할 수 있도록 홍보가 되기도 하고요.”

 

  - 독립출판 작가로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모두까기>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일상 속에서 제품 혹은 서비스들을 이용하면서 겪었던 불편함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거죠. 사실 이런 건 출판사에서 쉽게 내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생활 속 이야기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더라고요.

  또 요즘 쓰고 있는 일상의 글 외에도 소설을 쓰고 싶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같은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겠죠. 제 글도 언젠간 고전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큰 꿈이지만, 소설을 통해 제 글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글 | 이다솜 기자 romeo@

사진 | 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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