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11:29 (토)
떠나요, 골목 속 독립서점으로
떠나요, 골목 속 독립서점으로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9.03.1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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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이 입소문을 타면서 독립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은 독립출판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사가 여러 개의 지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도 구매 창구가 다양하게 열려있는 일반 서점과는 달리 독립서점은 큰 자본과 유통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운영된다. 판매할 책을 고르는 것부터 홍보 방식까지 서점마다 제각각이다. 다양한 책뿐 아니라 서점 주인이 직접 꾸며낸 그만의 분위기까지 함께 파는 독립서점 세 곳을 찾아가 봤다.

 

  종이 냄새 가득한 이곳, 독립서점 ‘buvif’

  성신여대 주변, 고즈넉한 길목에 위치해 있는 buvif(부비프)는 너른 창에 자주색 커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서점 내부의 짙은 초록색 벽지와 내부를 은은하게 밝히는 전등은 부비프만의 우아함을 뽐낸다. 책상과 벽에 걸려 있는 액자 등의 소품 또한 앤티크함을 더한다. 크지 않은 서가엔 벽색과 같은 색인 짙은 초록색 띠지를 두른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돼있다.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 부비프를 운영하는 커플 정요한(남·32) 씨와 박은지(여·30) 씨는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부비프엔 인문학, 에세이, 만화 그리고 예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책들이 알차게 준비돼 있다. “어느 한 분야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는 편이에요.” 수필집부터 시집, 만화책, 그림책까지, 책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정 씨는 그림책을 건넸다. “저희 서점에 그림책이 많아요. 그림책만의 독특함을 좋아해서 추천도 많이 해드리고요.” 100살까지의 삶을 한 컷으로 그려낸 <100 인생 그림책>, 2년간의 일상 드로잉을 모아놓은 <맨발의 일기> 등 각양각색의 그림책들이 한 편에 모여있다. 독립서점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작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가며 다수의 독립출판물도 들여놓고 있다. “독립출판물 중에 입고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제가 먼저 작가님께 연락드리기도 하고, 작가님들이 책을 입고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세요.” 몇몇 독립서적 위에 붙어있는 작가가 직접 쓴 편지도 눈에 띈다. ‘제 책이 드디어 부비프와 만났습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책을 둘러싼 띠지마다 정성스레 작성된 큐레이션은 박은지 씨의 솜씨다. 박 씨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과 감상과 설명을 적은 띠지를 씌운다. ‘20대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수필집인 것 같네요.’ 최근 인기를 끌었던 독립출판물 <이슬아 수필집> 또한 박 씨의 감상을 실은 띠지를 입고 있다. 띠지는 허전한 표지를 꾸며주기도 한다. “내용이 너무 좋은데도 불구하고 표지 때문에 선택받지 못하는 책이 있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직접 만든 큐레이션 띠지로 표지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도 독립서점만의 매력이다.

  부비프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도 종종 열린다. 독서모임 ‘부비북’은 일주일에 한 번씩 회원들이 모여 읽은 책에 대해 나누는 자리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곱씹게 된 구절이나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을 다른 회원들과 함께 나눠요.” 늦게까지 책을 읽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자주색 커튼을 내리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편히 책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다.

  부비프는 이제 막 연 서점인만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책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바쁜 일상 속, 부비프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느리고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열고 가게를 나설 때 아, 정말 좋았어! 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름다움을 가득 실은 배, 사진책방 ‘이라선’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난 작은 길을 걸어 들어가면 시원한 통유리 너머로 사진집이 즐비한 서점이 보인다. 따뜻한 불빛 아래, 서가와 초록색 소파의 조화가 눈을 사로잡는 이곳은 종로의 사진 책방 ‘이라선’이다. 떠날 이, 아름다울 라, 배 선,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배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이라선’은 사진집 위주로 독립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영(여·33) 씨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직접 사진집을 낸 경험도 있다. “어느 날 문득 왜 한국에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책방이 없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사진 책방 ‘이라선’을 열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201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라선’에 구비된 사진집은 대체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진집을 판매하는 이유는 최대한 신간을 많이 들여놓기 위해서다. “새로운 책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책이 빨리 소진되려면 이윤이 적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게 좋겠더라고요.” ‘이라선’의 또 다른 특징은 책을 입고하는 기준이 ‘흥행’이 아니라 ‘다양함’이라는 것이다. 김진영 씨가 ‘이라선’에서 판매할 사진집을 고를 때 꼭 지키는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첫째는 판매가 안 될 법하더라도 손님들에게 알리고 싶은 작업물이라면 소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조망할 가치가 있는 사진집은 꼭 들여온다.

  최근에 나온 ‘비둘기가 찍은 사진집’이 그 예다. “드론이 발명되기 전 어떤 약사가 처방전을 주고받기 위해 이용하던 비둘기에 카메라를 부착해 사진을 찍었는데, 예술적이진 않지만 재밌어서 들여놓게 됐어요.” 이외에도 동시대의 작업물 중 흥미를 끄는 작품이라면 ‘이라선’의 선택을 받는다. 사진사(史)에서 중요한 책들, 사진과 디자인이 독특한 사진집 등등 다양한 사진집이 ‘이라선’의 서가를 채운다. ‘이라선’의 사진집 중에는 외국 사진집도 많다. 김진영 씨는 해외 사진집을 고르기 위해 주로 일본이나 파리, 암스테르담의 북페어를 참고하기도 한다. “최대한 사진집을 많이 접하기 위해 해외도 자주 가려고 노력해요. 외국 사진집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해서 제 나름의 기준에 따라 고르고 입고시킵니다.”

  오늘도 ‘이라선’은 새로운 사진집을 찾아 나선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진집을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볼 수 있는 곳. ‘이라선’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스페인이 좋아서 연 ‘스페인 책방’

  “애초에 열면서 ‘스페인’ 책방이 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스페인 책방이냐는 질문에 남편 다미안(가명, 남·40)이 힘을 실어 답하니 아내 에바(가명, 여·35)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대한극장 골목에 위치한 스페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부부다. 금세 지나쳐버리기 딱 좋은 빌딩에 숨어 있는 스페인 책방은 작은 스페인 국기로 슬며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분명 5층에 있건만 호수는 601호라 쓰인 것부터 무언가 독특한 스페인 책방의 문을 열면 그야말로 스페인 천지다.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들부터 시작해 메모지, 에코백, 책갈피, 직접 디자인한 엽서에 배지까지. 스페인 춤인 플라멩코를 추는 여인이 스티커로 만들어져있고, 벽엔 손수 그려진 스페인 지도가 붙어있다. 한땀 한땀 정성이 느껴지는 소품들이 스페인의 정취와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다.

  서점을 차리게 된 데는 스페인에 오랜 애정을 가져온 아내 에바의 공이 컸다. 에바는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과 겪은 이야기로 블로그에 여행기를 연재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컨텐츠로 스페인 관련 책을 출판했고,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스페인에 가서 살고 싶은데, 스페인에 자주 갈 수 없으니 내가 열 서점을 스페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자연스레 서점은 스페인 혹은 중남미 관련 책으로 채워졌다. “가우디,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다 보니 어느덧 스페인 마니아가 돼 있더라고요.” 가우디의 건축 책으로 스페인에 대한 기나긴 짝사랑을 시작했다는 에바의 말을 방증하듯 서점 한 편에는 스페인 건축에 관한 책도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스페인 여행에 대한 책이다. 스페인 잡지, 여행 그림책, 스페인어 등등 다양하다. 특정 지역인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 가이드북은 스페인 도시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중 주인 부부가 직접 독립 출판한 스페인 신혼 여행기를 담은 책도 있어 눈길을 끈다.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스페인에 대한 독립출판물뿐 아니라 일반출판물도 최대한 입고하고 있어요.”

  스페인 책방은 나아가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과 그림 워크샵도 주최하고 있다. 드로잉 워크샵인 ‘스페인 발그림’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모여 스페인 소품, 사람들, 풍경 등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는 모임이다. 9일에는 스페인 관련 서적 <발렌시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100가지 이유> 저자 구민정 작가와의 북토크가 이어지기도 했다. “책 이외에도 이 공간에 대한 경험을 판매하고 싶어요.” 모임에 대해 설명하는 다미안의 얼굴에서 스페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듬뿍 묻어났다.

 

글 | 이다솜 기자 romeo@

사진 | 조은비 기자 juliett@

사진제공 | 정요한 buvif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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