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예기치 못하게 시작됩니다. 지난 8월 중순, 아파트 화단에 어미고양이가 새끼와 살기 시작했으며, 엄마께선 전에 없이 길고양이를 챙겨주기 시작하셨다는 뜻밖의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윈 어미가 새끼를 꼭 껴안고 자는데 마음이 안쓰일 수 없더라는 엄마의 말씀은 이해가 갔습니다. 경계심이 심한 어미고양이는 하악질을 했고, 겁 많은 아기고양이는 사람만 다가가면 용수철처럼 팔딱팔딱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곁을 내어줬습니다. 저는 매일 등교시간에 슬쩍 화단을 내다보고, 일찍 하교해 또 화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정이 든다고 하지요, 정이 많이 들게 되었습니다. 애옹이와 애랑이라고 이름도 붙였습니다. 얄궂게도 제가 정을 떼기로 결심한 날 애옹이는 제게 처음으로 머리를 부벼줬고, 저는 그날로 완전히 고양이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이후로도 많은 에피소드와 신뢰가 쌓여갔고, 어느새 고양이들도 저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겨울이 오기 전 아이들은 집으로 왔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보란 듯이 집에서 여유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영특한 애옹이와, 마냥 아기 같은 애랑이를 자랑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요샌 털에 윤기가 흘러서 참 뿌듯합니다. 애옹이와 애랑이는 아주 특별한 외모를 가졌거나 유별난 개냥이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하고 흔한 길고양이였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도 저는 그냥 낯선 사람이었겠지요. 이제는 어린왕자가 다르게 읽힙니다. 서로에게 어린왕자와 여우가 될 수 있는 인연이 찾아옴에 감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처럼 운명적인 묘연이 깃들길 바랍니다.

 

이태림(문과대 독문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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