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역사가 쌓일수록 우리가 챙겨야 할 전설적 인물도 늘어간다. 지금도 새로운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음악팬이라면 알아야 할 레전드들도 많아지고 있다. 솔직히 팝의 역사가 일천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전설이란 말조차 쓰기 어려웠다. 지금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음악 판은 영원히 젊은 가수들이 견인해갈 테지만 고령화 사회의 양상일까, 도리어 전설적 인물이 인기를 누리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어떤 음악관계자는 지금을 젊은 가수 대 왕년의 가수 간 격돌로 규정하기도 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비틀스는 여전하고,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로 꼽히는 롤링 스톤스는 우리 나이로 77세가 된 할배믹 재거가 최근 수술을 받았음에도 투어를 강행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지 30년 가까이 돼가는 프레드 머큐리와 밴드 퀸(Queen)은 주지하다시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글로벌 센세이션을 야기했다.

  국내에서 관객 1000만에 육박하는 가공할 퀸 신드롬의 주체는 퀸 세대가 아니라 20대 젊은 관객들이었다는 것은 놀랍다. 청년세대가 대거 가담하면서 거대한 열풍으로 번진 것이다. 이런 말도 돌았다. “20대가 퀸의 네 멤버의 이름을 알게 된 것처럼 40~50대도 방탄소년단의 일곱 명 이름을 꿰어야 한다!” 이러한 세대 크로스야말로 세대갈등이 아니라 거의 세대분리라고 할 정도로 갈라진 신구세대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할 길일지도 모른다.

  다가올 여름에는 엘튼 존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영화 로켓 맨(Rocket man)’이 개봉될 예정이다. 로켓 맨은 과거 엘튼 존의 히트송이면서도 그의 별명이기도 하다. 스타가 넘쳐났던 팝의 전성기 1970년대를 장식한 무수한 가수 가운데 딱 한사람 꼽으라면 조금도 이의가 없을 인물이 키 작은 천재엘튼 존이다. 그의 천재성은 우리는 다른 가수들이 쓴 곡이 음악적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엘튼 존의 곡들과 비교해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쓴 너의 노래(Your song)’, ‘작은 무용수(Tiny dancer)’, ‘노란 벽돌길이여 안녕(Goodbye yellow brick road)’, ‘다니엘(Daniel)’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주제가 오늘밤 사랑을 느끼나요(Can youfeel the love tonight)’ 등은 대체 불가능한 천부적 재기가 농축된 명곡들이다. 오죽했으면 갓 데뷔한 신인 엘튼 존이 1971년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의 음악에 매료된 존 레논이 몸소 찾아가 엘튼 존이 납시었다고 무릎을 꿇고 영접했을까. (당황한 엘튼 존의 응수. “왜 이러세요. 일어서세요. 당신은 존 레논입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공연은퇴와 말년을 준비하는 엘튼 존의 바이오픽에는 킹스맨의 배우 태런 에저튼이 열연한다. ‘킹스맨’ 2편인 골든 서클편에 실제로 엘튼 존이 깜짝 출연하면서 둘 사이에 특별한 연이 맺어졌다. 일각에서는 싱크로율 200%라고 할 정도로 엘튼 존을 그럴싸하게 재현했다고 고평하고 있다. 노래실력도 우수해 엘튼 존으로부터 이렇게 노래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타고난 가수라는 칭송을 받기까지 했다. 에저튼이 부른 로켓맨버전은 막 공식 싱글로 발표되었다.

  영화를 통해 퀸의 음악세계가 젊은 층에게도 공유되었듯 엘튼 존의 명곡들도 이번 영화를 계기로 청년세대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한다. 학창시절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기에 이렇게 좋은 곡들을 찍어내듯 마구 내놓는 거야?”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의 마룬 파이브, 아리아나 그란데 옆에 엘튼 존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보라. 경이의 순간, 신세계를 맛볼 것이다.

임진모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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