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날, 쉬는 것도 관성이라 교수님의 열강을 듣다가도 눈앞이 흐려지고 집 생각이 간절하다. 얼른 집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당차게 세워놓은 새 학기 목표와, 알차게 짠 시간표가 발목을 잡는다. 그럴 때 개강의 서러움을 달래줄 안락한 휴식처가 가까이 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까. 

  2115번 버스 타고 안암역에서 딱 세 정거장. 내리는 순간 한약 냄새가 훅 풍긴다면 잘 찾아온 것이다. 전국의 한약재가 모인 서울 약령시에 2017년부터 한방복합문화공간인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들어섰다. 등이 굽은 주인장의 세월을 체득한 노포 사이로 한옥과 양옥의 조화를 표상한 건물이 멋스럽게 자리한 이곳에선 다양한 한방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한옥 그림자 아래 마련된 족욕장에선 전통차를 마시며 족욕을 할 수 있다. 약쑥과 국화를 넣은 뜨끈한 물에 발을 담그면 경직된 기운이 스르르 풀리고 국화의 향긋한 기운이 발을 타고 온몸에 감돈다. 얼음 띄운 식혜까지 들이키면 시원하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에게 한방체험을 시켜주려고 멀리서 왔는데, 오히려 제 피로가 더 풀리는 것 같아요.” 허정인(여·40) 씨는 족욕을 모르는 딸에게 말뜻을 설명하기보다는 지그시 눈을 감고 발에 힘을 푸는 법을 알려준다.

  고즈넉한 한옥 누각엔 경락 마사지, 한방 팩을 즐길 수 있는 한방 체험실이 자리한다. 일렬로 놓인 마사지 매트에 누우면, 경락 기계가 노련한 솜씨로 혈 자리를 짚어 뭉친 근육들을 알알이 풀어준다. 자진모리장단으로 온몸을 두들기지만, 아프기는커녕 이대로 영원히 가만히 있고 싶을 정도로 심신을 개운케 한다. 후끈후끈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한방 팩도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 몸의 피로를 푸는 덴 제격이다. 무릉도원이 멀지 않았구나, 이런 삶도 살 만하구나. 시조를 읊을 여력이 생긴다면, 이제 슬슬 일어나볼 때다. 개강에 지친 당신을 일으킬 최고의 한방, 바로 여기 한방이다. 
   
글│이선우 기자 echo@

사진│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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