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졸업식이지만, 언제나 졸업식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졸업’이라는 두 글자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우리는 여러 번의 졸업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을 통해, 사람마다 서로 다른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식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제 우리가 사회를 위해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의 졸업은 인생의 시작이다. 이 새로운 시작에 무엇인가 자신의 역할이 주어진 사람, 즉 취직이 결정된 사람은 물론 아직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백수(白手)에게도 졸업은 의미 있는 일이다. 내가 지금 쓰여지지 않았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세상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갖춤이 있으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는 전통적으로 호방한 自由人·正義人·眞理人을 길러내고자 했고, 그러한 전통은 취직을 위한 공부보다 사회를 바로 잡는 지도자적 인간 양성을 목표로 했다. 졸업식을 맞이하며, ‘그동안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무엇이었던갗를 되돌아 보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들은 과연 ‘내가 알고 싶어하던 지적 호기심으로 배운 학예’였는가, 아니면 ‘무엇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실익(實益)을 위한 배움’이었는가?

경제논리 속에서 대학이 점차 직업인 양성을 위한 취업 준비기관으로 전락해 가고 있지만, 그래도 고려대학교에서 ‘노예학예’보다 ‘자유학예’의 지식을 보다 많이 배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면, 바로 여러분이야말로 ‘자랑스런 고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고대 1백년을 눈앞에 두고, 세계고대 1천년을 이끌어 갈 포효하는 호랑이 ‘고대인’은, 비록 지금 당장 환영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꿈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한번 취직하는 것으로 평생 직장이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정의’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역사적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졸업은 새로운 과제를 부여해 주고 있다. 항상 고대인임을 잊지 말라고.

한용진(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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