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호의 고대신문은 여러 면에서 성숙하고 발전된 기사들을 보여줬다.

  우선, 학내를 뜨겁게 달궜던 홍콩 시위 대자보에 관한 기사를 주목해보자. 학내의 사안을 대학가 전체의 차원에서 조망하여 서술함으로써 논의의 차원을 확장하고, 기사 내용에 깊이를 더한다. 또한, 자칫 자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소재를 신중하게 접근함으로써 최대한 중립을 취하고 있다. 무심코 쓸 수 있는 용어들을 최대한 중립적인 단어들로 바꿔 학내의 갈등이 국가의 차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일관되게 중립성을 유지했다. 또한, 학내 커뮤니티에서 등장하고 있는 특정 국가 출신의 학우를 향한 혐오까지 기사에 포함하여, 꼼꼼하고 촘촘하게 사건을 다뤘다.

  보도면의 기사에서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형식을 통해 언론 특유의 비판적인 시각 역시 제공한다. 기고의 형식을 통해 홍콩 시위의 배경, 현장의 잔인한 모습을 다루고, 사설 칸에서 냉철하게 일침을 가함으로써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다만, 사설의 견해는 다소 경솔했다. 사설에서는 마치 미국 정부의 인권법안과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발을 단순히 정의와 불의, 인권 수호와 잘못된 국가주의의 대립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이나 맥락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도는 다소 성급하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분법적 사고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이번 기획면은 독자를 사로잡는 소재를 잘 포착했다. 특히, 대학면에서는 최근 고려대학교에서 크게 불거졌던 사안,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게재된 교수 자제의 특혜 논란이나,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 공정성 문제와 맞물려 시의적절한 소재를 선정하여 다룸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도 유리했다.

  여론면은 전체적으로 냉전 칸의 논제와 맥락을 같이 하며 소의라는 하나의 통일된 흐름을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관점과 현상에서 다른 글을 풀어내는 구성이 훌륭했다. 특히, 최근 3주간 새로운 시도를 했던 석탑춘추가 여전히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번 석탑춘추는 단순히 학생의 일상을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를 글의 재치 뒤에 숨어서 뭉툭하게, 어렴풋이 던짐으로써 글의 목적과 주제 자체가 모호해졌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1888호에서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흥미 있는 소재 선정과 글의 짜임, 나아가 윤리성까지 전반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실험적이고 재치 있던 여론면의 글이나, 숙고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기사를 보며 기자들의 노력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남궁영선(사범대 국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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