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깃든 캠퍼스에 웃고 떠드는 학생들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인 것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문과대 서관 앞 목련이 혼자서 펴 있다. 코로나19 탓에 맞이하게 된 조용한 개강이다.

  출입이 통제된 학교 건물들과 캠퍼스의 풍경은 한산해 보이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개교 이래 처음 전면으로 시행되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려고 교직원들이 평소보다 몇 배로 애쓰고 있다. 온라인수업을 지원하는 이러닝지원팀 직원들은 근 한 달 간 야근이라고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쏟아지는 교수와 학생들의 민원 상담까지 도맡으니 쌓인 업무를 하려면 주말도 반납해야 한다. 한 직원은 집에서 일하는 날이 쉬는 날이라면서 하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전자기기를 멀리했던 교수들도 눈앞에 선 카메라가 낯설지만, 그래도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강단의 신()풍속도를 익혀갔다. 수많은 조교들도 이들을 돕고자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유예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데서 헌신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병원에서 분투하는 의사와 간호사이고, 갑갑한 보호복을 쓰고 구석구석을 훑는 방역요원이며, 미디어관 11층에서 밤샘 노동을 하는 교직원과 평생 인연이 없던 캠코더와 드잡이하는 교수 그리고 그를 돕는 조교들이다. 봉쇄된 문 안쪽에서 개인의 고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대안과 해법을 만드는 모든 고대인이다. 고요한 교정 이면에는 소리 없이 들끓는 분주함이 있다.

  우리의 모든 긍정과 소망대로 이뤄진다면, 캠퍼스에 철쭉이 피기 시작할 때쯤 학생들이 돌아와 푸릇한 젊음으로 지금의 적막을 깨뜨릴 것이다. 그날의 시끌벅적한 캠퍼스를 되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상상력은 지성(知性)이다. 멀리서 첫 인사를 나누는 20학번 새 식구들에게 전한다. 우리는 이 상상력이 부족해 지금까지 그토록 반목에시달려 왔다. ‘국난극복이 취미인 민족이라는 웃픈 이야기처럼, 한국 사회가 언제나 그랬듯 이 환난의 시기를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진심으로 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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