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코로나19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냉전] 코로나19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 고대신문
  • 승인 2020.03.30 0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줄 게 있으니 잠깐 만나자고. 좀처럼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친구라 조금 놀라웠다.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내게 불쑥 책을 내밀었다. 이 책을 재밌게 봤다고, 늦기 전에 내게 꼭 주고 싶었다고 했다. 책 제목은 오래 살고 싶으면 감기에 걸려라’. 고맙다고 하며 받았지만, 기분이 떨떠름했다.

 알고 보니 그 책은 일본의 자연치료전문가 노구치 하루치카의 책이었다. 그는 감기를 피해야 할 질병이 아닌, 건강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으로 보았다.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에 대대적인 정화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약으로 증상을 제거하지 말고 감기가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게 해야 하며, 그것이 치료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어나가며 처음엔 다소 황당했던 그의 주장에 수긍하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고 서로 손이 닿을까 조심한다. 접촉은 곧 감염이니 사회적으로도 거리를 두자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니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도 늘어난다. 확진자는 물론, 자가 격리된 사람들과 의료현장,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답답함이 아우성친다. 우리나라 전체가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엄혹한 상황 속에서 정화해야 할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천지의 전모가 밝혀졌다.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 지침을 어기고 돌아다닌다. 마스크를 사려고 새치기를 하고, 또 그것을 인터넷에 비싸게 판다. 일부 교회에서는 무리하게 현장예배를 강행한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숨을 쉬기가 어렵다. 열이 나는 것도 같다.

 그렇게 얼마나 견뎠을까. 낯선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누군가 생업을 팽개치고 대구로 간다. 전국 각지에서 돈과 물품이 모여든다. 다른 지역에서는 빈 병상을 내어준다.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어진다. 조금씩 기침이 잦아들고 열이 내려간다. 어두워지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우리를 지키고 있던 수많은 면역세포 덕분에.

 코로나19는 우리를 지독히도 어두운 고립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익숙해졌을 때쯤 우리는 다시 눈을 뜬다. 실은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진실에.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한층 더 건강하고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그날을 기다린다.

 

<Auror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