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80, 하루 10만 번. 가슴 속 300g짜리 근육이 제자리 뛰는 횟수다. 주먹 두 개 만큼도 안되는 이작은 의지가 온몸의 피를 돌린다.

  심장 같은 인생이 의심받는 시대다. 일정하게 일어나 적당히 벌어먹는 생활에는 별다른 반전도 성취도 없다. 유튜브에서 장난감 포장 뜯는 꼬마가 회사원 연봉을 며칠 새 번다. 노마드라 불리는 또래들은 찬사와 경력을 주 단위로 쌓는다. 페이스북에는 처음 읽는 도시 이름과 긍지 가득한 표정이 간간이 붙는다. 손 닿지 않는 돈벌이 액수와 넘보지 못할 좋아요의 높이뛰기가 현기증을 부른다.

  이 쳇바퀴 같은 미생의 일상에는 아무런 기척도 미동도 없다. 그 어느 기적도 인생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넌 그냥 출근이나 하라고 한다. 아우디 없이, 영어 이름도 없이.

  오늘도 지하철에선 부질없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졌다. 한 칸씩 건너 앉는 순간은 잠시. 월급쟁이 환승역에선 여전히 부대낀다. 말이 좋아 출퇴근이지, 목숨 건 제자리 뛰기다. 제자리 뛰기도 운동인지 순발력이 늘었다. 이 시국에 회식하자는 부장을 마스크 쓰고 설득했으니까. 카카오톡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살기 위해 용기 냈지만 이렇게 밉보이면 굶어 죽는 수가 있다. 학생 때는 몰랐는데 이게 파리 목숨이란 건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랫말이 에어팟에 돌직구를 던진다.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빨리 감기를 누르면 더 참담하다.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네. 그래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 있을게.” 그냥 회식에 나가 식당 한구석에 찌그러질 걸 그랬나. 그래도 내 앞으로 침방울이 튈 텐데.

  웅크린 몸을 펴 계단에 오르면 더 큰 위기가 기다린다. 비행기 날개가 꺾이고 시장도 한산하다. 발걸음 끊긴 세상 곳곳이 말했다. 피가 돌지 않으면 팔다리가 괴사한다고. 심장 같은 그대의 일상만이 날 숨 쉬게 한다고.

  심장은 달리지 않는다. 그 어느 곳도 가지 않고 무료한 제자리 뛰기를 견딘다. 나를 멀리뛰기에 실패한 패배자가 아니라, 묵묵히 아침을 여는 여명으로 만든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아야 낮과 밤이 이어지듯, 내가 움직여야 세상도 돈다.

  그러니 우리는 달리지 않는다. 이 짧은 동선을 이어붙이면 저마다의 꿈이 지척에 서 있을 테고, 좀 더 가까이에는 팬더믹의 출구가 나타날 것이다.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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