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5G) 이동통신 전파를 경유해 퍼지고 있다는 황당한 뉴스가 유포됐다. 흥분한 군중이 5G 기지국에 불을 지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미국과 중국의 생물무기 전쟁설, 미국의 인구조절 음모설도 나돌고 있다. 바이러스 팬데믹만큼 무서운 인포데믹(infodemic)으로 인해 전 세계가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인포데믹은 불확실성(不確實性불안(不安불신(不信)이라는 ‘3()’ 숙주에 기생한다.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고, 그래서 백신도 치료제도 아직 없으니,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은 당연히 높다. 불확실성이라는 인식 체계는 곧 우리 안의 불안 심리라는 감정 체계로 발전한다. 그다음에는 불신이라 불리는 매우 구체적인 사회적 태도로 진화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불확실성·불안·불신은 인포데믹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할 수 있는 최적 숙주로 자리 잡아 간다.

 정부와 언론이 신뢰를 잃을 때, 인포데믹은 더욱 힘을 얻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유튜브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찾아본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유튜브 검색 데이터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안다. 내가 믿고 싶어 하는 정보만 골라서 내게 보내 준다. 그래서 개인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더욱 강화된다. 개인의 확증편향은 소셜 미디어 하이퍼링크를 거쳐 사회적 확증편향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같은 태도를 갖고 있다고 믿는 제3자 효과를 거치면서 인포데믹의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사람들 사이에 높은 벽이 쌓이고,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들과만 이야기한다. 사회가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상실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현실적으로 당면한 팬데믹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세계시민의 자발적인 이해와 협력은 절실하다. 이것이 무너지면 도시의 바이러스 방어벽이 뚫린 것과 다름없다. 팬데믹과 아울러 인포데믹의 무서움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95%가 유튜브를 이용한다. 전 세계에는 5000만 명 이상의 유튜버가 있고, 이들은 1분 동안 약 300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업로드 한다. 한 개인이 오늘 하루 전 세계에서 업로드된 콘텐츠를 모두 보려면 꼬박 30년이 걸린다. 이 엄청난 정보 속에는 유용한 정보와 소일거리도 물론 많다. 그러나 실상 그 품질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적절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없는 정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자율규제 방식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큰 괴물이 됐다. 초국가적 글로벌 미디어여서 개별 정부 규제는 실효적이지도 않다. 최근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 정부들이 각각 온라인 유해 백서’(2019), ‘정보조작처 법안’(2018), ‘네트워크 시행령’(2018) 등을 통해 인포데믹 처방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모두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국가 간 공조를 통한 인포데믹 대처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학계도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인포데믹에 대처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는 다름 아닌 성숙한 시민사회안에 있다. 시민들 스스로의 정보·뉴스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literacy)에 대한 훈련으로 불확실성 시대의 불안과 불신이라는 숙주를 제거해야 한다. 매일 접하는 뉴스의 정보원()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해야 한다. 확실한 팩트를 전하는 뉴스인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 사회 공동체가 혹시나 확증편향이라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지 계속 물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지인에게 하이퍼링크를 걸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권고한다. 팬데믹만큼 무서운 인포데믹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은 바 로 우리 자신이 시작해야 한다.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
마동훈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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