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만 한 일기장을 챙겨서 나왔다. 어설픈 문장을 조각조각 모았다는 편지엔 우리 키를 훌쩍 넘은 마음이 담겼다. 그 마음은 글과 말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랬다. 그저 솔직한 내 모든 느낌을 작은 일기장 속에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일상이 된 적이 있을까. 너와 보냈던 시간을 곱씹으며 ‘너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나를 가장 ‘나’일 수 있게 해줬던 네가 “나랑 같이 ‘우리’의 시간을 녹여보자”고 했다. 시작은 어쩌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동안에 찾아왔다. 아주 조금씩, 자연스럽게 말이다. “넌 내 거의 모든 거야, 내 꿈이고” 제일 좋아한다는 노래의 가사를 빌려 그 애는 그렇게 말했다.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매 순간이 ‘너’로 가득할 때가 있다. 각자의 일로 힘들어도 함께할 날을 기대하며 시름을 가라앉힌다. 얄궂은 장마가 온 하루를 적실지라도 같이 있는 동안 우리 마음은 보송보송할 테다.
서툴고 부족한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나에게 스며드는 너의 마음이 따뜻하다. ‘나 있는 그대로 받아줄게요’ 내 전부인 당신을, 당신이라는 이유로 사랑한다. 노래를 마치는 이 한 문장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사랑 앞에 허둥대는 건 당연하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가 당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랑은 소모적이라 생각했던 내 앞에 전부를 함께하고픈 당신이 나타났다. 좀처럼 주는 법을 몰랐던 마음이 나도 모르는 새 터져 나와 온몸을 적신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의 일상은 당신이 된다. 이렇게 서투른 답장을 보낸다.
신혜빈 기자 ve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