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지는 부산이었다. 학교생활로 찌들고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구속하던 온갖 관계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다.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내가 향한 곳은 걸어서 3분 거리의 유명 밀면집이었다.

  혼자 여행할 때 난감한 일은 식사 해결이다. 유명한 식당일수록 항상 붐빈다. 혼자 온 내게 자리를 내준다고 해도 4인 테이블이 기본인지라 미안해진다. 혼밥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구석진 곳을 원했지만 아쉽게도 중간 좌식 자리로 안내받았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비빔밀면과 찐만두를 시켰다.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양이었지만 배가 고팠다. 양옆도 앞뒤도 모두 일행이 있는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가게 안에서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처음 느껴보는 불편한 감정에 후다닥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을 때 슬며시 부끄러워졌다. 정신없이 시끄러운 공간 안에서 나를 쳐다보거나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 식사만큼 사회적으로 활용되는 행위는 드물다. 얼마 전까지 식당은 여럿이 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집에서는 당연한 혼밥이 밖에서는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친구가 없는 사람, 소위 아싸처럼 보이진 않을까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밥 먹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사회적인 행위가 됐다. 4인 좌석을 혼자 차지하는 무안함도 이젠 사라졌다. 오히려 타인과 함께 있는 일이 민폐가 돼버린 세상이다. 사회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고민했던 혼밥족도 떳떳하게 식당에 들어서게 됐다.

  그래도 혼자가 싫은 사람들은 눈총을 받아도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고 감성주점에 가서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곤 한다. 몇 달째 계속되는 집콕으로 지친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사회에 바람직한 행위를 우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혼자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살아가자는 얘기다.

 

김영현 기자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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