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 경력단절, 험난한 중년 여성 재취업
‘어머니’라 경력단절, 험난한 중년 여성 재취업
  • 이동인·정용재 기자
  • 승인 2020.05.2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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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당연시된 어머니의 돌봄

공백 기간 길어 재취업 제한돼

돌봄 확장에 사회적 공감 모아야

 식당 주인을 부를 때 어머니’, 건물 미화원을 부를 때도 어머니. 우리 주위 일터에 아버지는 없어도 어머니는 있다. 중년의 나이, 왠지 모르게 나도 너만 한 아이가 있는데라고 말을 걸 것만 같은.

 우리 사회 중년 여성 노동자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M자 곡선이다. 20대에 출산·육아·돌봄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40대에 가까워서야 조심스레 재취업에 도전하는 그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네 명의 어머니, 아니 재취업자를 만나 그들의 곡선을 따라가 봤다.

 

일보단 아이가 먼저니까

 박정심(·52) 씨는 결혼 후 7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간절히 기다렸던 아이였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일보다는 육아가 먼저였다.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둔 이희숙(·53) 씨도 마찬가지다. “우리 때는 결혼하고 나서도 일을 계속한다는 개념이 거의 없었어요. 35살 늦은 나이에 결혼했으니 얼른 아이를 가져 육아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죠.”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990년 당시 60%를 웃돌던 20~24세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 구간에 다다르면 약 40%로 하락한다. 결혼과 임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 경력단절 사유로 결혼과 임신, 육아를 꼽은 비율은 4087.5%, 5075.1%로 나타났다.

 이들의 일자리 복귀는 평균적으로 40대에 이뤄진다. 육아 등의 주요 경력단절 요인이 일정 부분 해소되는 시기다. 이희숙 씨와 윤희정(·52) 씨도 그때쯤 재취업을 생각했다. 이희숙 씨는 아이가 커가며, 점차 작아지는 자신의 존재를 발견했다. “노후 준비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아이가 10살쯤 됐을 때 제 존재가 점점 지워져 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남는 시간 동안 다른 엄마들과 커피 마시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죠.” 윤희정 씨는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며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둘째 딸이 초등학교에 가던 해, 본격적인 재취업을 준비했다. “이대로 집에만 있으면 평생 어떠한 사회경제적인 일도 못 하고 그대로 늙어가겠다는 생각에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하기도 어렵고 해도 어려운 재취업

 재취업 결심 후,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가족의 반대였다. 이희숙 씨에게 육아는 아직 남은 과제였다. “취업하겠다고 하니까, 남편은 아이한테 조금 더 집중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고학년 때까지는 엄마 손이 더 필요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칼퇴근할 수 있는 곳에 취직하겠다고 설득했죠.” 박정심 씨도 남편의 반대에 부딪혔다. 고속도로 요금소 3교대였거든요. 명절도 없고 주말도 없잖아요. 제가 맏며느리예요. 그 사람은 명절이나 주말에 부모님 댁 안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 사실 그런 거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근무자들이랑 교대하면 된다고 설득했어요. 그래서 일할 수 있었던 거예요.”

 오랜 공백 끝에 돌아온 취업 시장의 현실 또한 녹록치 않았다. 경력을 살리는 것이 힘들긴 물론이거니와 그나마 있는 자리도 불안정했다. 미래여성커리어협동조합 서미경 이사장은 아무리 좋은 경력이더라도 최소 최근 7년 동안 일한 경험이 없는 중년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업종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비정규직과 일용직이 고용형태 대부분이고 업종은 단순판매, 노무, 제조, 서비스업종에 집중돼 있다고 중년 여성의 재취업양상을 분석했다.

 결혼 전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한 이희숙 씨는 처음으로 재취업한 곳에서 해고당했다. 해당 분야의 경력이 없어서였다. “조그마한 회사에 경리로 들어갔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인원 감축을 당했어요. 제가 제일 경력이 짧았거든요. 어쩔 수 없죠. 그 후에 몇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금 일하는 고속도로 요금소로 오게 된 거예요.” 현재 개인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재직 중인 박모(·49) 씨는 지금의 일자리를 얻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가 없는데, 40대는 직장 구하기가 더 어렵죠. 그래서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지인 학원에서 통학차 운전도 했고, 식당 일도 제법 했어요.” 나이가 들며 식당에서 계속 일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틈틈이 공부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경력이 끊기지 않았더라면

 일자리 선택 폭은 좁았지만, 중년 여성 재취업자들은 힘겨움보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정심 씨는 고등학생 아들 앞에서 더 당당해졌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가 , 우리 엄마도 돈을 벌 줄 아는구나.’ 그렇게 느끼는 거 같아요. 퇴근할 때마다 아이가 가방을 받아주는데, 뿌듯하더라고요.” 박모 씨에게 재취업이란 경제적 독립을 이뤄준 고마운 수단이다. “한때 고생해서 그런지 지금은 몸이 좋진 않아요. 손목이 특히 아프고요. 그래도 큰 문제없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되는 데까지 직장생활 해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건 없어도 제 노후는 알아서 해결하고 싶어요.” 이처럼 여성 재취업자들은 직장생활을 유지하며 사회적 이름을 되찾고,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

 하지만 여성 재취업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만족감을 드러내는 현상은 행복한 지옥으로도 표현된다. 노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꾸준히 일한 사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고 일자리 선택지가 제한돼 있단 점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권리보장원 조소연 과장은 그래서 왜 여성 재취업자들이 그런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서미경 이사장은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여성들의 재취업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다 일자리를 잃는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소연 과장은 체계적이고 확장된 돌봄정책을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출산과정과 영유아 육아에만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초등·중등 자녀를 대상으로 한 돌봄 정책도 중요하다돌봄 시스템이 다양해야 그만큼 여성이 경력유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인·정용재 기자 press@

인포그래픽윤지수 기자 choco@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il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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