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부터 수확까지… 나의 작은 복숭아나무
적과부터 수확까지… 나의 작은 복숭아나무
  • 이성혜 기자
  • 승인 2020.07.26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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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복숭아 농장 체험기
수확한 복숭아로 만든 하트.
수확한 복숭아로 만든 하트.

  지천이 복숭아나무. 세종캠이 위치한 조치원읍은 유명한 복숭아 산지다. 허나,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며 바라본 주변은 복숭아 판매합니다현수막이 전부다. 바쁜 학교생활 속 여름을 느끼기엔 청년의 하루는 너무 바빴다. “학생들 어서 와요!” 농장주인 김창겸(63) 씨는 복숭아 수확 체험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 대뜸 목장갑과 밀짚모자를 쥐어줬다. 세종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에서 올해부터 시작한 힐링피치팜프로그램. 바쁜 일상 속 수확의 기쁨으로 청년들에게 힐링을 준다는 게 취지다.

‘곽두팔’ 나무, 빨갛게 익은 열매를 자랑하고 있다.
‘곽두팔’ 나무, 빨갛게 익은 열매를 자랑하고 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와 같은 로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 집 앞에 복숭아나무도 키웠었다.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학교생활에 힐링을 선사한다는 속삭임에 선뜻 시작한 활동. 전동면 봉대리 복숭아 농장에 가 529일부터 717일까지 총 다섯 번의 과수 가꾸기 체험을 했다. 적과부터 수확까지. 20여 명의 학생들과 나무를 가꾸고, 발그스레 잘 익은 복숭아를 수확했다.

  농장에 다다를수록 꼬불거리는 길에 버스가 덜컹거렸다. 시골 동네로 깊숙이 들어설수록 전파 세기가 약해졌다. 학생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되겠다. 자연에만 집중해야지.” 전수민(문스대 스포츠과학19) 씨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곽두팔, 복뚱이, 간식이

복숭아 적과부터 선택의 순간

비바람 이기고 잘 자란 복숭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간식이’ 나무는 수확을 앞두고 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간식이’ 나무는 수확을 앞두고 있다.

  활동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은 21조로 나무 한 그루씩 배정을 받았다. 배정받은 나무에 이름을 붙였다. ‘곽두팔’, ‘복뚱이’, ‘간식이나무에 붙인 이름들이다. 귀여운 이름부터 개성 살린 이름까지. 낯선 환경에 긴장했던 마음도 잠시, 금세 왁자지껄 해졌다.

  첫 활동은 적과였다. 가지에 과하게 열매가 달리거나 흠 있는 열매를 솎아주는 과정이다. 시범 보이는 김창겸 씨의 손길은 재빨랐지만, 올망졸망한 열매를 떼어내는 게 아쉬운지 학생들은 일손을 아꼈다. “상품성 없는 열 개의 작은 복숭아보단 상품성 있는 복숭아 하나가 더 나아요.” 과감한 선택이 중요했다.

  “솎아내는 과정은 저에게도 필요한 것 같아요.” 채민아(과기대 자유공학20) 씨가 말했다. 성인이 된 이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많아 고민이라고 했다. 어디에 양분을 가게 할 것인지, 선택하고 고찰하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고 말했다. “떨어진 열매라고 끝나는 건 아니에요. 썩어서 흙이랑 섞이면 좋은 거름이죠.” 김창겸 씨의 말에 채 씨는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과수봉지를 씌우는 모습
병충해를 막기 위해 과수봉지를 씌우는 모습

  적과 후엔 열매에 과수봉지를 씌웠다. 늘어난 해충과 이른 장마에 이파리 채 열매가 떨어질까 노심초사. 학생들은 귀 뒤로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꼼꼼히 봉지옷을 입혔다. “나에게도 홀로 서는 걸 보조해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봉지에 쌓인 복숭아가 보호받는 것처럼 보였는지 채민아 씨는 내심 복숭아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가꾸려고 건든 열매가 되려 떨어지기도 한다. 완숙하길 바랬던 열매. 아쉬운 마음에 주머니에 담았다. 최영인(문스대 미디어문예창작19) 씨는 자라나는 복숭아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착실히 크고 있었네.” 무기력한 생활 속에 성장통을 겪고 있던 그는 복숭아의 생명력에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복숭아는 제 할 일을 잘하고 있었다며 비바람을 이기고 자란 열매를 대견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이제 우리만 잘 자라면 되겠다 생각했다.

높이 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 손을 쭉 뻗고 있다.
높이 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 손을 쭉 뻗고 있다.

  활동 중 학생들이 가장 분주하게 움직였던 건 수확이었다. 몇 주 동안 애써 가꾼 나무며 열매였다. 나무 꼭대기에 달린 열매도 포기할 수 없는지 팔을 쭉 뻗어 집었다. 뽀얗고 불그스름게도 잘 여문 복숭아가 신기한지 연신 예쁘다는 말을 되뇐다. “내 복숭아 봐봐.” 자기의 열매가 더 크다며 귀여운 허세도 부린다. 어느새 바구니에는 복숭아가 한가득이다. “잘 자라줘서 고마워. 오늘이 가장 값진 날이야양손 가득 복숭아를 들고 오는 학생들에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수확한 복숭아가 바구니에 꽉 차있다.
수확한 복숭아가 바구니에 꽉 차있다.

  돗자리만 있다면 어디든 소풍 온 느낌을 주는 시골. 둥그렇게 둘러앉고 새참으로 요기를 채우는 장면과 나무를 그늘 삼아 흘린 땀을 식히는 장면은 촌스럽지 않고 낭만적이었다. ‘힐링피치팜이긴 했지만, 늘 힐링이진 않았다. 농장일을 마치고 나면 피곤해서 바로 잠들어버리곤 했다. 고된 활동이었지만 다음이 기다려졌던 활동이었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인생도 잘 익어가길.” 김창겸 씨는 돌아가는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과육을 채워낼 복숭아가, 그리고 더 자라있을 내가. 수확한 복숭아를 부모님께 부쳤다. 그새 문자가 왔다. 그간의 힘듦도 싹 가셨다. “~ 고마워. 복숭아 맛있게 먹었어. 선크림 꼭 바르고.”

 

이성혜 기자 seaurchin@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사진제공세종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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