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광장] 평화 포퓰리즘과 국가 기능의 상실
[민주광장] 평화 포퓰리즘과 국가 기능의 상실
  • 고대신문
  • 승인 2020.10.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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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북한군의 공무원 피살 사건

  지난 923, 해수부 공무원 A씨가 북측의 사격을 받고 사망한 뒤 불태워졌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사건이 일어나고 2일이 지난 후였다. 여론은 들끓었다. 이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행방은 묘연했고 대북규탄은 군과 대변인의 입을 통해 이뤄졌다. 대통령이 직접 이 일을 언급하며 국민한테 사과한 것은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28일에서였다. 그러나 북한을 비판하는 말은 없었고 여권과 외교안보 참모들은 이 사건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현 정권이 이토록 남북관계에 집착하는 이유는 종전선언 때문이다. 녹화된 방송이었지만 자국민이 죽어가는 와중에 대통령은 종전선언 지지를 부르짖고 있었고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한 여권 의원은 지금이 종전선언의 적기라고 했다. 그들은 왜 이리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걸까?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으로, 공식적으로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한국은 종전선언의 법적 주체가 될 수 없다. 휴전협정에 서명한 것은 미국, 중국, 북한 대표들이었고 당시 한국은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휴전에 반대했다. 물론 한국도 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만약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한국이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한국이 앞장서서 종전선언을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북핵 위협은 여전한데 반해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유엔군 사령부 업무 대행에서 나온다. 유엔군 사령부는 유엔 차원에서 한국에 군사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례 없는 기구다. (참고로 오늘날 유엔평화유지군은 분쟁 지역에서 분쟁 당사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특정 세력을 지원하기 위한 군대는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전쟁이 침략자북한에 한국이 맞서 싸운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유엔사의 존재 덕분이다. 현재 전쟁 당시의 유엔사는 이름만 남았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임함으로써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북핵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대뜸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전쟁 종결로 유엔사는 그나마 있던 상징성을 잃고, 이로써 주한미군의 주요 주둔 근거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현 상태에서의 종전선언은 북한과 중국에 이익이지만 한국에는 손해다. 현 정부에서 그토록 고대하는 종전선언과 평화는 거짓되고 허황된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자국민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도 못하면서 평화를 운운하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평화가 더욱 허황된 것임을 방증한다. 결국 그들은 평화 포퓰리스트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그들의 무능력은 대한민국의 국가 기능을 마비시켰다. 글의 마무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말로 대신한다.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

 
정현우(인문대 북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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