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정보보호학과

  수년 전에 우리나라 수위의 대기업이 재단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을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이 대학은 최근 10년 동안의 연구 성과와 교육 결과에서 성장세가 남달랐기에 그 업적의 중심이 되었던 대학기구인 교육데이터 분석센터와 미팅을 주선하였다. 이 미팅을 위하여 많은 질문을 준비하였지만, 그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학생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너무나 다양한 학문 영역이 공존하는 종합대학에서 각 학과가 지향하는 미래의 학생 모습을 하나로 모아 표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혹시나 그들의 최근 성과로 보아 비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미팅에 참여했던 그 대학의 책임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지위에서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대상을 파악하고 여기에 포함된 인재들의 역량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 역량 중에서 대학 재학 시기에 육성 가능한 것들을 추출해내어 대학의 기초 교양에 반영하고 비교과 활동을 통하여 증진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특히 개개인의 학생들에게 각자 지향하는 역량 대비 현재의 모습을 자가진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이를 위하여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기초 교과의 표준화였고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였다고 했다. 왜냐면 10개 이상의 개론 과목을 같은 교재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통일하고 최대한 같은 교육 효과를 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존 교육체계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딛고, 그 대학은 개혁적인 정책을 시행하여 마침내 매년 상당한 수준의 연구 및 교육 성과와 학생 성공지표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많은 질의응답과 토론을 하였지만,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대학 이후의 성공적인 학생 모습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고려대학교 출신이 가장 의미 있는 벤치마킹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대학 졸업 즈음의 학생 역량을 비교할 때 비슷한 역량으로 평가된 고려대 졸업생의 사회적 성공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자기 대학 출신 학생들은 사회에서의 적 극성이 부족하다고 결론짓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하여 의지가 부족하고 사람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하고 만나더라도 주도하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특성을 도출한 상태였다. 이러한 애티튜드로 인해 기초역량 및 전문성은 충분한데도 조직과 사회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된다고 파악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저학년 때부터 학생들 간에 접촉 빈도를 높이고 과목 간의 융합을 촉진하며 학과 간에도 다양한 연계 전공을 제공하여, 횡으로 연결해 나가는 커리큘럼을 입체적으로 설계하고 제공하였다. 한마디로 소셜 콘택트에서 우리와 현격한 차이가 있었고 이를 대학 과정에서 극복하기 위한 주도면밀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었다.

  우리 대학들이 학생의 성공에 대하여 정의하고 규정하는 틀은 정부의 교육정책은 물론이고 그 대학에서 상향식으로 설계된 교과 프로그램과 대학 입시에서의 위치, 그리고 대학의 역사와 전통도 영향을 끼친다. 이렇듯 대학이 지향하는 학생의 성공은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정의되며, 이제는 학생 개개인의 의지와 목표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정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학생 간의 접촉은 물론이고 교원과 학생 간의 접촉 등 모든 대학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온라인 접촉은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우리가 유지해온 전통과 문화에 비추어 볼 때 다른 대학과 대비하여 현재의 상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이 단기에 극복되기 어렵다면 대학교육의 환경을 점검하고 조정할 필요는 없을까? 여전히 데이터도 부족하고 학생의 미래에 대한 목표를 정확히 할 수 없다면 포괄적인 기초역량을 중심으로 우리의 역량을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에겐 백 년이 넘는 동안 유지해온 전통과 문화가 있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횡적으로 종적으로 가치를 실현하는 힘이 되어 왔다. 이 힘은 구성원들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나아가고자 하는 비전에 따라 형성되고 유지되어 왔다. 지금 우리 대학은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으며 위협은 우리의 근간을 겨누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선배들이 해왔던 것처럼 서로에 대한 헌신과 노고를 통하여 이를 극복할 것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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