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잃은 지역 연극, 무대는 계속돼야 한다
설 곳 잃은 지역 연극, 무대는 계속돼야 한다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1.09.05 2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 극단의 위기와 향토 예술

단기적 지원, 극단 자생력 악화

극장, 교류·문화 공간 조성하기도

지역 청년 연극인 육성해야

극단 현장의 1인극 <벚꽃엔딩>공연 사진

  수원 극단 메카네가 운영하는 수원의 유일한 민간 소극장인 울림터의 상반기 매출은 약 60만 원이었다. 메카네의 김창환 단장은 공연 개최마저 힘든 상황이기에, 연극을 통한 수익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비수도권 지역 연극의 평균 티켓 판매수입은 23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6% 감소했다. 대극장의 대관료가 부담스러운 지역 극단의 보금자리가 돼 주던 소극장도 위기를 맞았다. 대전시가 2020년에 발표한 문화예술시설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지역 소극장 총 35곳 중 7곳이 폐업했다. 소극장 공간을 운영하는 부산 극단 어니언킹의 전상배 대표는 부산은 작년에만 3개의 소극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소극장 운영 유지를 위한 시 차원의 조례나 현실적인 지원책이 없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이 중단되고, 소극장들마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지역 극단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원 사업에 기대 공연을 힘들게 이어가지만, 그마저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에 지역 극단들은 극단 간의 교류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소극장 가동률을 높이거나, 소극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켜 주민 참여를 이끄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황운기 이사장은 지역 극단은 지역 문화 정체성의 일부라며 극단의 자생력을 높이는 안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짝' 효과뿐인 지원책

  대부분의 영세한 지역 민간 극단들은 지역 문화재단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사업 참여로 신작 제작비를 마련한다. 대표적인 지원 사업으로 각 지역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공연장상주단체지원육성사업이 있다. 사업에 선정된 극단은 창작 비용을 지원받고, 지역 내 공공 공연장이나 협약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지원 사업들로 극단들은 작품 창작을 이어갈 수 있지만, 단기성 지원에 머물 뿐이다. 지원을 발판 삼아 극단이 지속적으로 공연하게 하겠다는 지원 사업의 취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자체적인 수익이 적은 소규모 극단은 지원 사업에 탈락하면 공연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창환 단장은 지원 사업 수혜를 받아야 작품 창작을 이어갈 수 있다그러다 보니 시민분들이 극단의 활동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원 사업을 통해 이뤄진 대부분의 공연은 관객에게 무료로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비나 지방비를 받아 진행한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정산 후 보조금 지원 기관에 돌려줘야 한다. 지원 사업에 선정돼 공연을 올려도 공연으로는 자생하기 위한 수익을 낼 수 없는 셈이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창작그룹 ‘MOIZ’의 양채은 연출가는 광주의 연극은 대부분 지원 사업으로 진행돼 유료로 연극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무료 공연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티켓값을 지불하는 게 생경해지고, 수익을 못 얻은 연극인들은 다시 지원 사업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 극단 세이레정민자 연출가도 자체 공연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딜레마가 계속돼 아쉽다고 말했다.

 

극단들 뭉쳐 살아나는 소극장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0 공연예술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로 외 민간 공연장의 공연 프로그램 가동률은 56.8%, 서울 대학로 극장의 가동률인 85.9%보다 훨씬 낮다. 소극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 극단들은 교류 플랫폼을 통해 소극장 이용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2012년부터 운영한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자체 소극장을 보유한 지역 극단들이 교류를 통해 각 지역의 소극장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축제다. 자체 홍보가 힘든 지역의 극단과 소극장을 위해 전국적인 교류 환경을 마련하고자 시작했다. 올해는 대구와, 춘천, 부산, 구미, 전주, 광주 극단이 참여해 3개 지역의 소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전상배 운영위원장은 각 지역 소극장들의 존재 가치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소극장을 찾아 연극을 관람하는 문화가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는 지역 극단과 주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극단들은 순회 공연을 통해 작품의 연속성을 갖고, 주민들은 지역 내에서 다양한 지역의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구미 극단으로 참여한 문화창작집단 공터_의 황윤동 대표는 지역 극단 간의 교류는 서로의 무대를 지켜보며 자극을 받아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지역 주민들도 연극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문화창작집단 '공터_다'가 연극 <홀연했던 사나이>를 선보이고 있다.

 

극장, 모두의 놀이터 되다

  연이은 공연 취소로 비어있던 소극장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연극 교육 등을 진행하도록 조성해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6월 개관식이 진행된 문화프로덕션 도모아트팩토리:은 춘천 실레마을의 막걸리 공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소극장과 영상 촬영이 가능한 창작 스튜디오, 지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유 오피스 등으로 구성했다. 아트팩토리:봄은 도모가 교육하는 아마추어 극단들의 연습 공간이 되거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극 워크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황운기 이사장은 극장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공공재가 돼야 한다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 극단 현장도 지난해 복합문화공간 예술중심 현장을 설립했다. 소극장부터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 연극인, 무용가, 디자이너 등의 예술인이 활동하는 공동협업공간 아고라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 극단 현장의 고능석 대표는 연극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극단 현장이 단순히 공연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시민들과 교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역 극단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은 공연 공간 확보가 어려운 신생 단체에게 활동장소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연극 감상과 더불어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문화체험공간이 된다. 김미혜(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 교수는 주민 참여를 이끌기 위해선 지역의 공간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시민들이 연극 콘텐츠들을 쉽고 자연스럽게 접하는 환경이 계속해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연극을 보전하고, 연극 문화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극단들은 지역의 소재를 다룰 때 고유의 정체성을 구축하면서도,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시민들도 지역 극단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고능석 대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단순히 아마추어라고 여기는 경향들이 많다지역 극단들을 애정 어린 시선을 갖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청년 창작자들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2020년 연극의 해를 맞아 기획된 전국 청년 연극인 네트워크프로그램에서는 청년 연극인들이 각 지역에서 활동하며 느꼈던 연극문화 창작과 향유 환경에 대한 소회를 전하는 공론장이 열렸다. 청년 연극인들은 지역에서도 젊은 연극인들이 교류하고 자체적으로 성장해 나갈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공론장에 참여한 양채은 연출가는 지역에도 청년들이 창작에 몰두할 환경과 공연 예술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전히 지역 극단들에게 무대는 좁게만 느껴진다. 무대를 지켜나가고 있는 지역 극단들에겐, 무엇보다 자생력을 키우는 시스템 조성이 필요하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주는 극단을 보전하기 위해 지역 사회 전체가 한 마음이 돼야 한다.

창작그룹 'MOIZ'의 <미래기념비탐사대>공연 사진
극단 현장의 복합문화공간 '예술중심현장'

글 | 이주은 기자 twoweeks@

사진제공 | 극단 현장, 창작집단 MOIZ, 문화창작집단 공터_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