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아빠 찬스 사회에서 청년의 꿈
[냉전] 아빠 찬스 사회에서 청년의 꿈
  • 고대신문
  • 승인 2021.11.0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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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는 귀족들의 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귀족이 권력과 부를 독점했다. 귀족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권력을 좌지우지했을 뿐만 아니라 자손들은 아빠 찬스를 통해 부와 권력을 이어받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수 문제는 시험을 쳐서 관리를 선발하기로 했다. 과거제를 실시한 것이다. 당연히 귀족들은 노발대발이었다. 특권 귀족층의 반발은 300여 년이나 계속되었지만, 결국 과거제로 귀족 세습이 무너졌다. 아빠 찬스가 사라졌다. 능력만 있으면 오늘 밭일을 하는 농부의 자식도 내일 조정에 나가 관직을 맡고 출세할 수 있었다.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아빠가 지닌 부와 권력도 거기서 끝이었다.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고 하던가. 조선이 도입한 과거제는 회수를 건넌 탱자였다. 왜 탱자가 되었을까? 조선에는 양반이라는 세습 귀족층이 여전히 있었다. 아빠 찬스를 그대로 둔 채 과거제를 하다 보니 능력제가 제대로 작동할 턱이 없었다. 양반 아들을 특채하는 제도도 있었고, 정기시험이 아니라 갑자기 과거를 치는 일도 많아서 늘 과거시험 볼 준비를 하는 양반자제들이 훨씬 유리했다. 과거제가 양반이라는 세습 귀족층을 해체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된 것이다. 과거제라는 능력주의는 조선에 건너오자 탱자가 되었고, 조선 시대는 아빠 찬스 사회 원조였다. 능력주의라는 귤은 조선에 건너오면서 탱자가 되었다.

  청년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두고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역사가 뒤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 조선 시대처럼 왕후장상의 씨를 타고나야, 아빠를 잘 만나야 수능도 잘 보고, 취직도 쉽고, 빌딩도 물려받고, 수십억 퇴직금도 받는 세상이 되었다. 왕후장상의 씨를 타고나지 않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본주의 세상이 열린 지 백 년도 넘었는데, 다시 백투더 조선이다. 조선시대판 아빠 찬스 사회로, 새로운 귀족 신분제 사회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왕후장상의 씨를 타고나지 못한 이들은 어쩔 것인가? 그래도 오직 노력만이 답일까? 다른 사람은 다 실패해도 나만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사다리 걷어차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청년이 성공을 위한 살인적인 노력만 기울이는 방법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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