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 살면 외부 음식을 사 먹는 일에 익숙해진다.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없는 탓이다. 매일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챙기다 보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파릇파릇한 채소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런 날엔 기숙사 언덕을 내려간다. 5분 정도 걸어가면 개운사길 골목의 목적지가 보인다. 청록색 외벽의 가게, ‘핸썸 베이글’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베이글 굽는 냄새가 풍긴다. 가게의 대표 메뉴는 ‘샐러글’이다. 샐러드와 베이글, 크림치즈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샐러드의 메인 토핑은 다양하다. 훈제연어, 리코타치즈, 우삼겹, 바질 치킨, 단호박과 요거트. 건강한 음식을 먹더라도 ‘맛’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맛’을 보장해주는 재료들이다.

  메인 토핑을 고르고 나면 다음은 크림치즈다. 베이글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색색의 수제 크림치즈가 가게 쇼케이스를 채우고 있다. ‘핸썸 베이글’의 크림치즈는 조금 색다르다. 보편적인 플레인 크 림치즈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할라피뇨 크림치즈까지. 10가지가 넘는 크림치즈에 선뜻 한 가지를 고르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사장님께 여쭤보자. 달콤한 맛, 짭짤한 맛. 취향을 반영해서 크림치즈를 추천해주신다. 매일 새로운 크림치즈에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베이글은 방금 구운 거니까 따뜻할 때 드세요!” 자리에 앉아 따뜻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잔뜩 바르고, 한 입 베어 먹는다. 샐러드까지 모두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샐러드가 밥이 되겠어?’라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건강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골목 안쪽에 있어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샐러드를 먹는 잠깐의 시간 동안에도 손님은 끊임없이 드나든다. 그 날은 모두에게 싱싱한 채소가 떠오르는 날이었을까. 자극적인 식사에 질려버린 우리에게 가끔은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해줘도 좋을 듯하다.

 

엄선영 기자 se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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