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기본 소양’ 배양 위해

‘예방교육’은 법정의무교육

 강제성이 거부감 일으킬 수도

 

  “인권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졸업 필수요건이라 어쩔 수 없이 듣는 느낌이긴 하죠.” 조은진(문과대 국문20) 씨가 말했다. 본교 ‘인권과 성평등’ 강의는 법정의무 및 교내권장 교육으로, 학내 모든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1년에 1회 이상 해당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본교는 교내 규정에 학부생, 일반대학원생, 법학전문대학원생, 전임교원은 ‘인권과 성평등’ 미이수 시 불이익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교 인권·성평등센터 노정민 과장은 이에 대해 “본교 졸업생이라면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본교가 ‘폭력예방교육’ 미이수자에 대해 타교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게 된 계기는 2016년 발생했던 ‘학내 단체 대화방 성희롱 사건’이었다. 학교 측은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학생 인권의식을 키우기 위해선 인권교육이 필수라 생각했고, 2017년부터 ‘인권과 성평등’ 교육을 졸업필수요건 등으로 지정했다.

 

  미이수자에 불이익 줘 이수율 높이기도

  본교의 ‘인권과 성평등’ 강의를 비롯한 각 대학의 ‘폭력예방교육’은 법정의무교육이다. 모든 대학은 ‘양성평등기본법’, ‘남여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이하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기관장은 매년 교육 실시 결과를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제출할 의무도 있다. 결과는 ‘대학 정보 공시’를 통해 모두 공개된다. 학내 구성원의 교육 이수율이 기준치를 넘지 못하면 해당 대학은 ‘부진기관’으로 분류되며, 관리자 특별 교육 등의 조치 대상이 된다. 현재 기준치는 교직원과 교원의 경우 70%, 재학생의 경우 50%다. 어느 대학 인권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든 학내 구성원에게 ‘1년에 1회 이상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할 것’을 요구하는 안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교육 미이수자에게 제재를 가해 폭력예방교육 이수를 ‘실질적인 의무’로 지정하는 학교는 본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뿐이다. 본교 재학생은 교육 미이수 시 졸업요건을 충족할 수 없으며, 일반대학원생은 학위논문을 제출할 수 없다. 교직원은 임용이나 승진·승급에 영향을 받는다. 모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기에 관련 규정이 없는 구성원에게는 ‘실질적인 의무’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학교는 그 대상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대학원생이 ‘인권과 성평등’을 이수해야 석사학위청구논문을 제출할 수 있다는 ‘대학원 학칙 일반대학원 시행세칙은 제43조’는 지난해 9월 개정된 것이다.

  중앙대의 경우, 재학생은 폭력예방교육을 들어야만 성적을 조회할 수 있다. 교원 역시 교육 이수 시에만 강의계획서를 게시할 수 있다. 이는 중앙대 학생들이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회의를 거쳐 직접 만든 학칙이다. 중앙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학생 인권을 위해 당연한 제안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예진(중앙대 심리21) 씨는 “매번 문자로도 안내가 와서 잊지 않고 이수한다”고 했다. 한국외대 역시 교육을 이수해야 성적 조회를 할 수 있다.

  한양대는 근로장학생·장학조교·교환학생 지원 시 폭력예방교육 이수가 필수요건이다. 과대표·단과대표·동아리회장도 마찬가지다. 교생 실습을 하거나, 국내외 인턴십을 신청할 때도 폭력예방교육을 들어야 한다. 한양대 인권센터 측은 “더 많은 학교 구성원이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이수 의무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제한다고 ‘기본소양’ 높아지나

  폭력예방교육이 법정의무교육이 된 지 몇 해가 지났음에도 전체 대학 재학생의 교육 이수율은 2020년 기준 42.6%다. 절반을 밑도는 수치는 교육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성균관대 등 미이수자에 대한 제재가 없는 대부분의 대학은 재학생 교육 이수율이 10%, 20%대다.

  서울대는 학내 규정에 교육 이수 의무를 명시하고 관련 교육을 필수로 지정하고자 했으나, 이는 내부 논의에만 그쳤다. 서울대 인권센터의 2019년 연구보고서 ‘서울대학교 인권 개선 과제와 발전 방향’을 통해 엄격하게 법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교육대상자들이 교육을 부담으로만 느껴 저항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졸업을 막는 함정일 뿐’이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균관대 통합폭력예방교육 담당자 역시 “교육 참여를 유도하긴 하지만 미이수자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진 않는다”며 “학내 구성원에게 특정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말했다.

  인권교육 시행 시 ‘강제성’이 필수인가에 대한 질문도 여전히 논란이다. 교육 이수를 실질적으로 의무화한 중앙대의 재학생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80%를 넘지만, 마찬가지로 교육 미이수 시 제재를 가하는 한국외대는 50%의 기준 이수율을 겨우 넘겼다. 본교의 경우에도 2021년 기준 54%의 재학생 이수율을 기록했다.

 

 

  ‘교육 이수율’에만 주목하는 현행법이 문제라는 학계의 비판도 있다. ‘학내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방향성’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제하는 데만 집중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연구보고서 ‘서울대학교 인권 개선 과제와 발전 방향’은 정부 정책이 ‘교육 이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 상황을 “다양한 교육 개발과 운영보다 이수율 증진에 매진하도록 교육 정책을 수정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표현했다. 이수율을 기준으로 기관장을 처벌하는 제도는 부당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고려대 인권센터 측은 “꼭 필요한 교육인 만큼 누군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글 | 엄선영 기자 select@

인포그래픽 | 유보민 기자 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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