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50일 앞두고 본지에서 고대생 대선정책 좌담회를 진행했다. “8만 원 푼돈 받아서 어디에 쓰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 좌담회에 참여한 고대생은 대선 주자의 공약을 대개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그나마 모든 참석자가 지지한 공약이 있었는데 안철수 후보의 공적연금 개혁이었다.

  첫 4TV토론에서 안 후보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연금개혁을 하겠다, 공동선언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후보들이 동의했다. 다음날 주요 일간지들의 1면 헤드라인은 후보들의 연금개혁 합의로 장식됐다. 비교적 심심하게 진행됐던 TV토론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는 평가였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를 약속했다. 출마 선언 후 줄곧 완주 의지를 다지며 약속에 무게를 더했다. 선거운동원 영결식에서 동지의 뜻을 받들어 결코 굽히지 않겠다고 말할 땐 결의가 느껴졌다. 윤석열 후보에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 방식을 견지했다지난달 28일 후보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후보가 마지막 TV토론 최후발언에서 저를 뽑아달라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비로소 안심했다.

  TV토론이 끝난 직후 안 후보는 윤 후보를 만났다. 바로 다음 날 아침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다. 4번째 중도 사퇴. 지지자들은 분통을 터트렸고 국민은 다른 후보를 검증할 시간과 기회를 허비했다재외국민이 고심하던 대선 후보 선택지 중 하나가 지워졌고, 다당제를 원한다는 후보의 행적은 거대양당 후보가 전체 표 중 96.4%를 얻는 결과를 불렀다.

  안철수 후보는 입법 활동을 해왔지만,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윤석열 정권 내에서 정치생명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당장 가장 유력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공적연금 개혁, 다당제 정치 개혁을 포함한 안철수의 정치는 진정성을 잃었다.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진실하지 않은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류요셉 기자 son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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