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편집회의, 본지 기자들은 지난 호에 실린 ‘고대신문을 읽고’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칼럼의 신랄한 비판은 기자들을 자극했다. 어떤 이는 어이없어했고, 어떤 이는 화를 냈고, 어떤 이는 침울해했다. 더 나아짐을 다짐하는 이도 있었다. 긴 토론의 끝은 결국…….

  “야 한잔해!” 오후 9시 30분, 코로나19는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향한 곳은 편집국 바로 옆 ‘나그네파전’. 월요일이라 그런지 항상 북적이던 가게에 손님이 없었다. “해물파전이랑 고추튀김 주세요. 막걸리랑 사이다, 주전자도요!” 함께 한 8명은 가게를 가득 채웠다.

  바나나만한 고추튀김 반죽은 튀김기 속에서 맛있는 소리를 냈다. 해물파전 반죽은 프라이팬을 가득 채웠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지금 찍으면 맛없어 보이는데 뒤집을 때 말씀드릴게요”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뒤집힌 해물파전은 특유의 노릇한 자태를 뽐냈다.

  바삭한 고추튀김은 돼지고기로 꽉 찼다. 튀김과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알싸한 고추가 잡아준다. 해물파전엔 통통한 오징어와 새우가 가득하다. 이래야 파전 앞에 ‘해물’을 붙일 수 있는 거다.

  맛있는 안주, 주전자에 탄 막사(막걸리+사이다), 좋아하는 사람들. 장기하 ‘부럽지가 않아’의 가사가 떠오른다.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바로 나야.” 술자리가 무르익을수록 편집회의에서 쌓인 피로가 막걸리와 함께 사라진다. 지친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라 나그네파전인가?

  가게 이름은 사장님이 짓지 않았다. “둘째 아버님이 경희대 앞에서 나그네파전을 시작했어요. 고려대에서 장사하셨던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제가 이어받았죠.” 나그네답게 위기도 겪었다. 1987년부터 제기시장 앞에 있었던 나그네파전은 2019년 지금의 자리로 터를 옮겼다. 경희대, 서강대, 중앙대에 있었던 가게는 사라져 이제 안암동 나그네파전만 남았다. 삶을 쫓다 지친 사람들이 모여 막걸리 한잔에 위로받는 곳. 그대, 나그네파전으로 오라.

 

글 | 류요셉 기자 sonador@

사진 | 강동우·류요셉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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