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은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 교통약자의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인권경영’의 서울교통공사의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다. 지난 7일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이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 제목의 자료가 YTN 보도로 공개됐다. 공개된 자료에는 “전장연의 실점을 디테일하게 찾고, 이를 소재로 물밑 홍보를 펼쳐야 한다”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성 방법이 담겼다. 서울교통공사는 “공개된 자료가 공식 문건이 아닌 직원 개인의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공사 차원에서 여론전을 펼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장애인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부각한 보도자료가 배포됐고 많은 언론사가 이를 기사화했다.

  스무 장이 넘는 게시글 자료 중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언더도그마가 지배 논리로 자리 잡은 이슈’라고 분석한 내용이 유독 눈에 밟힌다. ‘언더도그마’는 약자가 단지 힘이 없고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하며, 강자는 힘의 우위를 점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믿음을 뜻한다.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사고의 오류에서 비롯했다.

  정말 서울교통공사는 강자라는 이유로 억울한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오버독’, 장애인단체들은 동정표를 얻는 ‘언더독’이었을까.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2월 6일 장애인 활동가들의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시위를 막기 위해 혜화역 출입구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장애인의 발을 묶는 상식 밖의 처사였다. 공권력 오용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언더도그마’에 입각한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처연한 자기변호일 뿐이다. 언더도그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이내 ‘약자혐오’로 이어지며 사회적 약자 투쟁의 본질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여론전에서 기본적으로 불리하다”는 공사 직원의 견해와 달리 우리 사회는 전장연의 시위 목적과 주장보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시위를 전개한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장애인 대 시민’의 구도로 편집하고 이들 시위의 정당성을 논한다. 약자는 선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절박할 뿐이다.

 

장예림 시사부장 ye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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