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부터 ‘미스터트롯’까지

심사보다 ‘대중픽’ 노려

내 손으로 뽑는 스타 트렌드

 

  1977년 시작된 MBC ‘대학가요제’는 방영 당시 재능 있는 대학생들을 가요계로 이끌며 당시 젊은이들을 가슴 뛰게 했다. 대학가요제 이후로 신인 발굴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연습생 육성, 서바이벌, 국민 참여 포맷 등 방식과 형태를 계속 바꾸며 발전하고 있다. 일반 시민부터 연습생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요계에 첫발을 디뎠고, 그들의 노래와 성장 과정은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대학가요제, 아마추어리즘의 지평 열다

  MBC 대학가요제는 청년들의 가요 문화를 꽃피웠다. 제1회 대학가요제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 이후 배철수, 노사연, 김학래 등의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MBC 대학가요제의 인기와 더불어 MBC ‘강변가요제’, TBC ‘젊은이의 가요제’, TBC ‘해변가요제’ 등 다양한 가요제가 등장했다. 이런 가요제들은 1990년대 후반까지 명실상부 신인 가수들의 가요계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1994년 ‘껍질을 깨고’라는 곡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가수 이한철 씨는 “그 시절에는 유튜브 같은 미디어 매체가 전혀 없어서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가요계에 진출할 경로가 한정돼 있었다”며 “대학가요제를 비롯한 음악 경연대회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분위기는 ‘아마추어리즘’으로 정의된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신선한 음악적 문법과 프로냄새를 지운 아마추어리즘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내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꿨다”고 전했다. 음악성과 가창력으로 승부한 가요제 출신 스타들은 한국의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룹 다섯손가락의 임형순(두원공과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7080 캠퍼스밴드들은 한국의 음악 역사에 여러 의의를 지닌다”며 “당시 대학생들의 관심사였던 ‘고유문화의 현대화’를 시도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밴드 활주로의 ‘탈춤’과 밴드 작은 거인의 ‘별리’ 등이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문화인 탈춤과 국악을 현대 가요로 승화했다. 송골매, 휘벌스와 같은 캠퍼스밴드들은 단절됐던 록 음악을 계승하고 이후 록 밴드들의 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획사 중심 아티스트 발굴 열풍

  끝없이 올라갈 것 같던 대학가요제의 인기는 1990년대 후반이 되며 식어갔다. 연예 기획사 소속의 스타들이 등장하며 음반 산업은 점차 기업화됐다. 1996년 SM엔터테인먼트의 HOT, 1997년 대성기획의 젝스키스 데뷔가 이어졌다. 오광수 평론가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이후로 음악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대학가요제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방송사가 80년대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새로운 음악보다 기존 스타일에 충실한 음악을 뽑은 것이 쇠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후 스타발굴의 통로는 기획사로 옮겨갔다. 연예계에는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많은 가수 지망생은 노래를 담은 데모 테이프를 기획사에 보내 오디션을 본 후 가요계에 진출했다. 음악 산업의 투자비용은 점점 늘어났으며, HOT, 핑클 등의 아이돌 스타들이 득세하게 됐다. 음악 산업의 변화에 따라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이돌 스타 만들기’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연예 기획사들은 연습생을 선발해 아이돌로 키워냈다. 

  2001년 방영된 MBC 악동클럽은 전국적인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발했다. 이후 그룹의 데뷔 과정을 프로그램에 담으며 ‘스타 만들기’형 오디션 프로그램 흥행의 문을 열었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가 2001년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과 2006년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연달 아 흥행시키며 조권, 선예, 택연 등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업화로 스타 발굴 시장은 특정 대형기획사의 독과점 형태로 굳어졌다. 오광수 평론가는 “아이돌 사업이 기업화되며 다양한 음악이 시장에 생산되고 유통되는 경로가 차단됐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키우는 스타’ 대세 이뤄

  ‘아이돌 스타 만들기’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이후, 2010년대엔 가요제와 아이돌 발굴 특성을 합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2009년 Mnet의 ‘슈퍼스타K’는 첫 방송 후 7.7%의 시청률로 2009년 당시 케이블방송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참가자들에겐 스타성과 음악성, 가창력뿐만 아니라 음악을 하게 된 배경과 성장 과정 등의 개인의 서사도 인기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또한 슈퍼스타K를 필두로 실시간 투표 시스템이 화제가 되며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선택이 중요시됐다. 이한철 씨는 “방송에서 참가자의 삶의 배경 등이 부각되며 인격적인 선호가 대중들의 심사에 많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노래하느냐보다 무엇을 노래하느냐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대 후반에도 신인 발굴 통로의 자리를 지킨 시청자 참여 중심 오디션은 1인 스타 발굴보다 팀 선발로 트렌드가 옮겨갔다. Mnet에서 2016년 방영한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아이돌 그룹의 결성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대중들을 국민 프로듀서로 부르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기존에는 시청자들이 단순히 투표만 했다면, 1분 PR 영상과 같이 참가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콘텐츠가 제공되는 등 시청자 참여가 신인 발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고 참가자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강화됐다. 시청자가 그룹 구성에 더욱 핵심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참가자뿐만 아니라 시청자 간에도 경쟁이 심화됐다. 남윤재(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교수는 “각 출연자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부각하고, 시청자 참여를 높이면서 오디션 참가자의 팬덤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포맷의 단조로움과 의도적 편집, 투표 조작 등의 논란들로 점차 과거의 위상을 잃어갔다. 임형순 교수는 “모든 대중문화의 콘텐츠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반영된다”며 “대학가요제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타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콘텐츠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게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0년 방영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대표적이다. 10대, 20대를 주 타깃으로 삼았던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10대부터 넓게는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 정혜윤(명지대 예술학부) 교수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장르 확장과 다양한 네러티브의 제공으로 시청자 층을 넓혔다”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선 이러한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김시현·윤혜정 기자 press@

인포그래픽 | 김채연 기자 icetea@

사진 출처 | MBC, Mnet, SBS, SM엔터테인먼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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