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 씨의 고려대 입학 취소 처분을 최종 결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2019년 8월 23일 800여 명의 학생들이 서울캠 중앙광장에 모인 ‘1차 고대 집회’가 열린 지 약 2년 8개월 만이다. 의혹은 남아 있다. 본교는 지난해 8월부터 소집한 입학허가취소심의위원회가 2월 22일, 대상자의 입학 허가 취소를 의결했고 2월 25일 입학 취소 처분 결재를 완료했다. 일각에서는 결재 날짜와 발표 날짜의 시간차에 의혹을 제시하기도 한다.

  청년은 분노했다. 고대생은 상처받았다. 가슴 떨리는 자부심으로 내디딘 어제의 교정은 이제 그 느낌이 다르다. 이번 발표가 청년의 분노를 조금은 식힐 수 있는지 모른다. 고대생의 상처를 회복하기엔 부족하다. 아직 들을 말이 많다. 4번에 걸쳐 중앙광장을 가득 채운 목소리가 가리킨 문제의 결말을 왜 바로 말해주지 않았는지, 앞으로 이 일을 계기로 고려대학교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부산대보다 오래 걸린 결정, 결재일과 발표일의 시간차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교는 입시 평가 자료가 남아있던 부산대와 달리 보관 기간이 지나 자료를 폐기해 같은 절차를 위해 더 많은 근거와 서류를 면밀히 검토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서 말이 없으면 어떤 이유는 의심으로, 비난으로 변한다. 아무도 알아서 알아주지 않는다.

  학교 본부가 적어도 고대생을 언론처럼 대하지 않길 바란다. 고려대학교는 고대생에게 그냥 학교가 아니다. 자부심, 정체성, 소속감이다. 학교는 언론에 발표한 500자가량의 공문을 내놓았을 뿐 정작 구성원에게는 침묵한다. 나름의 이유와 과정이 있더라도 많이 말할수록 수습할 일이 많아지니 침묵이 편하고 익숙하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자유, 정의, 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2019년 그날의 물음표를 다시 띄운다. 자유, 정의, 진리는 침묵에 없고 우리는 침묵에 젊음을 걸 수 없다. 더 이상 고대생이 상처를 자조하게 두지 말라. 우리는 아직 궁금한 것이 많다. 고려대학교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귀 기울이고 있는 학생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줘야 할 때다. 고대생을 고대생으로 대하며 귀와 입을 열어준다면, 자랑스럽게 품어온 고대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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