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가족이 된 강아지 ‘토비’는 유기견이었던 웰시코기다. 가족들은 유기견 대신 ‘스트릿(street) 출신’이라고 한다. 이렇게 ‘길’에서 데려온 토비와 외출에 나선 어느 날, 우리 사회의 ‘길’이 원망스러운 일이 있었다.

  토비와 지하철을 타고 캠퍼스에 온 날이었다. 토비를 ‘개모차(반려견용 유아차)’에 싣고 안암역까지 일곱 정거장을 타고 오면 되는 여정이었다. 지하철을 타기까지 역에서 층마다 승강기를 바꿔 타고, 광폭개찰구가 없는 안암역에서는 일반 개찰구를 비집고 통과했다. 1번 출구 쪽은 길이 가팔라 ‘개모차’가 넘어질 듯 휘청였고, 보도블록이 손상된 곳에선 심하게 덜컹거렸다. 학교까지는 50분이 걸렸다. 혼자일 때보다 두 배의 시간이 들었다.

  이날의 경험은 ‘장애인 보행환경 점검’ 기사를 쓰는 계기가 됐다. 고작 ‘개모차’를 끌면서 험난한 등굣길을 불평했다면,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이 길 위에서 얼마나 깊은 한숨을 쉬었을까. 취재하는 동안 목표는 하나였다. 이 기사를 통해 한 군데라도 나아지는 것. 3월 14일 발행 직후, 기사에서 지적했던 교내 석재 조형물이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도록 옮겨진 것을 발견했다.

  부끄러운 건 편집실 기자들과 학우들의 칭찬을 받고 마음이 들뜨자, ‘뭐라도 된’ 듯이 어깨가 으쓱해졌다는 거다. 학생언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기자의 능력이라고 자랑하고만 싶었다. 이때 독일의 르포기자 귄터 발라프의 저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 것 없이>가 양심을 찔렀다. 외국인 용역 문제 등 인권 사각지대를 조명했던 그가 독자들의 의식을 깨운 건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취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시사부는 우리 사회가 뿌리내린 ‘땅’에 관한 기사를 많이 쓴다. 고려대 골목상권부터 공공건축, 장애인 보행환경,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앞으로 준비 중인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반만큼 달려온 1학기의 나머지 반절은 귄터 발라프처럼 더 낮은 자세로 보도하려고 한다. 볼수록 아픔 많은 이 땅의 회복을 바라며.

 

김영은 기자 zer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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