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취미는 단순한 관심사를 넘어 그의 개성과 삶을 재단하는 기준처럼 여겨진다.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나의 취미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를 취미로 적어내기엔 망설여졌다. 침대에 누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시작과 끝을 내는 일이 취미라니, 어쩐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여유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 보였다.

  그러다 뉴트로 열풍에 편승해 저렴한 필름카메라를 구했다. 갖가지 색감의 필름은 평범한 길거리도 멋스러운 풍경으로 만든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괜찮은 결과물이 남는 취미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사진을 위해 핫플을 찾아다니는 여정은 ‘출사’라는 거창한 단어로 포장된다. 어느새 현상을 마친 롤 필름의 가격은 카메라의 가격을 훌쩍 넘어섰고 필름사진용 인스타그램 계정도 조금씩 채워졌다.

  시간이 나면 필름카메라 계정의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수십 개의 해시태그를 달아두곤 선팔과 맞팔을 반복한다. ‘조금 더 비싸고 예쁜’ 기기에 눈독 들이며 당근마켓 키워드 알림을 수시로 확인하기도 한다. 사진을 향한 열정보단, 순수한 욕심인 듯싶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피드를 꾸미고 새 카메라를 살피는 시간도 즐겁다. 취미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 걸 떠올리면 결국 내가 즐기던 모든 건 나의 취미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무언가를 가져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기댈 필요가 없었다.

 

장 예림 시사부장 ye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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