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공주 구출하는 여정 담은 테마

비일상성 구현해 자발적 고립 장려

“일관된 세계관으로 즐거움 더해”

 

김혁 대표는 “관람객들에게 비일상적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테마파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상에 특별함을 선사하는 테마파크는 독특한 테마를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지난 3월 31일 개장한 롯데월드 어드벤쳐 부산은 ‘동화 속 왕국’이 테마다. 대표 캐릭터인 로티 용사가 로리 공주를 구하기 위해 세 가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어트랙션과 여러 시설에 녹여냈다. 요정들의 숲, 광산, 동물농장 등 6가지 테마로 구성된 각 구역을 통해 테마파크 내에 스토리를 구현했다.

 

지난 3월 31일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개장했다.

  테마파크는 숨은 기획 의도가 응축된 공간이다. 입구의 디자인부터 놀이기구와 기념품 매장 위치까지 테마파크의 모든 것은 이유를 품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 동선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한 김혁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대표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입구에서 만났다. 국내 테마파크, 테마 박물관, 테마 관광 기획과 기초 설계를 하며 방문객들에게 환상을 선물해온 그는 테마파크의 재미를 만드는 요소에 집중했다. 김혁 대표는 “테마파크의 즐거움은 비일상적 요소를 제공하며 관람객들을 자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테마파크에선 관람객도 ‘볼거리’의 일부

  입구에서 줄을 선 관람객들은 설레는 표정들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왼쪽에서는 롤러코스터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생생한 비명소리를 전했다. 모두의 시선은 롤러코스터를 향했고, 탑승객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김혁 대표는 탑승객을 일종의 ‘연기자’라 했다. 그는 “인사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바라보면 기다리는 사람도 재미와 설렘을 느끼고 ‘나도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대기자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또 다른 연기자가 돼 일종의 선순환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 대기 줄부터 롤러코스터가 보이도록 기획해 입구부터 기대감을 높였다”며 입장 게이트와 롤러코스터의 배치에 숨은 의도를 설명했다.

 

지나가는 롤러코스터를 보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입구를 지나 요정들의 숲인 ‘팅커폴스존’이 입장객을 맞이한다. 크고 풍성한 잎들로 그늘을 제공하는 토킹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 건가?” 토킹트리는 로리 공주를 구하기 위한 세 가지 보물을 로티 용사에게 알려준다. 이곳에 대한 배경 스토리도 함께 설명하고 있었지만, 이에 귀를 기울여 듣는 사람은 드물었다. 토킹트리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종소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팅커폴스존을 계속해서 돌고 있는 어린이 전용 기차 ‘캔디트레인’이었다. 김혁 대표는 “입구 롤러코스터와 마찬가지로 기차의 탑승객이 연기자가 된다”며 “알록달록하고 예쁜 기차가 놀이공원 내부를 맴돌며 관람객들이 더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만든다”고 전했다.

 

토킹트리는 관람객에게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 건가?”라고 말을 걸면서 테마파크의 배경 스토리를 설명한다.
알록달록 캔디트레인은 팅커폴스존을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스토리

  바닥이 딱딱한 돌 질감으로 바뀌며, 광산마을 ‘언더랜드존’이 등장했다. 이 광산마을에선 로리 공주를 구하기 위한 첫 번째 보물인 보석 반지를 찾을 수 있다.

  이곳의 롤러코스터 ‘자이언트 디거’는 광산 테마에 걸맞게 무수히 많은 바위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김혁 대표는 자이언트 디거를 테마파크의 구조가 잘 구현된 어트랙션이라 분석했다.

  테마파크의 구조는 크게 프리 쇼, 메인 쇼, 포스트 쇼로 구분된다. 입장 전 테마파크의 일부를 보여주거나 음악을 활용해 설레게 하는 요소들이 프리 쇼, 중심 시설들이 메인 쇼, 끝나고 나오는 길의 기념품 매장이 포스트 쇼라고 할 수 있다. 머리 위에 설치된 롤러코스터 레일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했다. 대기 건물 안에서는 롤러코스터 탑승에 관한 짧은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긴 대기 시간에 지친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루함을 잊었다.

  메인 쇼인 롤러코스터를 즐기고 나면, 광산의 입구처럼 꾸며놓은 기념품 매장 ‘잼스톤 스토어’가 나온다. 광산 테마에 맞게 꾸몄지만 판매 물품은 귀여운 인형 머리띠, 놀이공원 열쇠고리 등으로 한정돼 다른 매장과의 특별한 차이를 찾을 순 없었다. 김 대표는 “서사에 맞게 기념품 매장을 기획해 테마적 통일성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연출과 내용은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트랙션과 시설 즐기며 여정 따라가

  다음으로 등장한 ‘조이풀메도우존’에서는 ‘포스쿠키(force cookie)’ 테마가 시작된다. 동물농장 주인이 도움을 주기 위해 쿠키 공장에서 두 번째 보물인 ‘포스쿠키’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쿠키열차’, ‘양들의 격투’, ‘날아라 꼬꼬’ 등 동물농장과 쿠키 공장 콘셉트의 어트랙션은 귀여운 동물과 먹음직스러운 쿠키로 동심을 자극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도 양들이랑 싸울래!”라고 외치는 등 테마에 흠뻑 빠진 아이도 있었다. 김 대표는 “어트랙션에도 서사를 녹여내 테마에 통일감을 부여한 것이 인상적”이라며 “놀이기구에 테마와 서사를 부여하면 즐거움을 주는 효과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로티 용사는 긴 여정 끝에 ‘레인보우 스프링스존’에서 마지막 보물 ‘용기’를 구한다. LED 꽃들과 분수가 레인보우 스프링스존 입구를 알록달록 꾸몄다. 분수 옆으로는 거인이 잠든 숲속을 테마로 한 실내 어린이 시설이 위치한다. 전체 테마인 ‘동화 속 왕국’에 걸맞게 내부는 동화책의 주인공인 잭과 콩나무로 꾸며졌다.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이곳에서 동화 속 세상을 즐길 수 있었다.

 

  공포를 재미로, 비일상성의 마법

  보물을 모두 구한 로티 용사는 ‘윈더우즈 존’에서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만, 간신히 살아나 마법의 지도를 통해 로리 공주의 위치를 알아낸다. 44.6m 높이에서 하강하는 워터 코스터인 ‘자이언트 스플래쉬’는 테마 존의 이야기에서 언급된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킨다. 어트랙션이 하강하며 만들어내는 물보라로 탑승객은 물론이고 관람객까지 흠뻑 젖는다. 일부 관람객들은 일부러 물이 많이 튀는 위치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어트랙션 탑승 후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물벼락까지 맞아 머리와 옷이 다 젖었어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김 대표는 ‘펀 피어(Fun Fear)’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은 무서운 높이에서 떨어지는 공포와 물에 쫄딱 젖는 꼴을 자발적으로 경험하고, 심지어는 좋아한다”며 “공포영화를 즐기는 것과 같은 원리”라 설명했다. 피어(fear)한 감정을 펀(fun)하게 느끼는 것은 테마파크라는 공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현상이다. 테마파크라는 ‘비일상성’이 묻어나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는 비일상성의 다른 예로 교복을 입고, 머리띠를 하고 다니는 성인 관람객들을 들었다. 김 대표는 “성인에게 교복, 머리띠는 일상에서 잘 착용하지 않는 비일상적 요소”라며 “관람객들은 이를 착용해 스스로 볼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어트랙션부터 관람객까지, 테마파크를 완성하는 것은 비일상성에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한 입장객은 “밖에서는 교복을 입으면 이상하지만, 놀이공원 내에서는 자유롭게 교복을 입고 돌아다닐 수 있다”고 즐거워했다.

 

  자발적 고립으로 소비도 놀이처럼

  어트랙션들 사이사이의 공간은 추로스, 꼬치, 아이스크림 등 출출함을 달래줄 스낵 부스와 기념품 가게로 채워졌다. 평소엔 굳이 찾아 먹지 않는 음식이더라도 테마파크에선 인기 메뉴가 된다. 추로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은 놀이기구 대기 줄만큼이나 길었다. 줄을 서 있는 일부 사람들의 손엔 기념품이 가득 안겨 있어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김혁 대표는 “방문객들은 실제 세상과 떨어진 테마파크라는 공간 안에 스스로를 고립시킨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사 먹는 가격보다 비싸고 종일 짐처럼 들고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테마파크라는 공간 안에 있기에 음식과 기념품을 구매한다. 이런 자발적 고립 행위는 모두 소비와 연결되기 때문에 테마파크 경영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김 대표는 “기획자는 자발적 고립 행위를 활용해 그 공간 속에서 방문객들이 소비를 하나의 놀이처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로얄가든존’에서 로티 용사는 마침내 로리 공주를 구한다. 중앙 분수에는 로티 용사와 로리 공주가 두 손을 맞잡고 춤추는 동상이 배치됐다. 놀이동산의 가장 안에는 롯데월드의 랜드마크인 로리 캐슬이 보였다. 다양한 색의 꽃으로 만들어진 로리 공주 뒤로 로리캐슬이 높이 솟아있다.

 

마지막 로얄가든존에는 로리 공주와 로티 용사가 승리를 축하하는 동상이 서 있다.

  김혁 대표는 “정원과 성 모두 비일상성을 주는 요소”라며 “놀이기구 외의 비일상적인 시설들로 마무리까지 여운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을 구석구석 관람한 그는 “놀이기구와 시설 하나하나 에 테마에 맞춘 이야기를 담아 즐거움을 줬다”며 “실내에서 차량을 타고 애니메이션 등의 특수효과를 관람하는 ‘다크 라이드’ 등 다양한 종류의 어트랙션이 추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렘을 가지고 들어왔던 입구는 동심을 가득 안고 나가는 출구가 됐다. 학교와 회사, 집에서 벗어나 ‘동화 속 왕국’의 여정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출구 밖으로 나가며 다시 일상을 준비한다. 테마파크의 비일상성이 주는 환상은 입장객들이 일상을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활기를 불어넣는다.

 

글 | 김시현·윤혜정 기자 press@

사진 | 윤혜정 기자 sam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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