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그만 봐.”

  침대에 누워 잠들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린다는 나에게 친구가 내린 처방이었다. 놀랍게도 전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나에게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17년 동안 남들도 모두 잠들기까지 30분이 걸리는 줄 알았다.

  나는 ‘잘 자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아로마오일을 바르고, 수면안대를 끼고, ASMR을 들었다. 친구는 불면증 해소에 좋다는 호흡법을 찾아 나에게 알려줬다. 엄마는 입에 붙이고 자는 테이프를 선물했다. 수면의 질을 올려주는 테이프랬다. 대부분 큰 효과를 보이진 않았다. 한참 새로운 방법을 찾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불면증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실 고등학생 때야 잠 못 드는 밤이 문제가 되는 거지, 대학생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유튜브에서 수면 유도 음악을 찾아 듣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고등학생인 동생이 잘 때 즐겨듣는 음악이었다. 효과가 좋아 매일 듣는다길래 속는 셈 치고 나도 한 번 들어봤다. 그날 밤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랜만에 눕자마자 잠든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 영상을 재생목록에 저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댓글로 눈이 갔다. 여기 있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지게 해달라는 댓글이 보였다. 아래로 많은 사람이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야 했던 이유가 이어졌다. 뜬눈으로 지새운 각자의 밤이 유튜브 댓글 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66만여 명의 사람들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가끔 상상한다. 과거의 내 착각처럼, 정말로 모두가 잠들기까지 30분 이상이 걸리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상상한다. 30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그 생각을 모두 뱉어내면 조금이나마 일찍 잠들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뱉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품고 있는 그 생각들이 우리의 밤을 길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선영 기자 se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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