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영화 <범죄도시2>를 봤다. 간만에 느끼는 액션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극중 최고는 배우 마동석의 ‘손’이었다. 따귀 한 방, 주먹 한 방으로 강력범을 무너뜨리는 마석도 형사. 전작을 뛰어넘는 인기다. 개봉 1주일 만에 누적 관객 355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가 예매율 1위에 오른 게 언제인지. 일각에선 천만 관객도 노려볼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1편이 나왔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 형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리만족이다. 테이저건, 권총, 경찰봉 없이 오직 맨 손으로 범죄자를 때려잡는 1차원적 힘. ‘경찰 무능론’이 팽배한 사회에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문득 사회부에 있을 때 한 형사님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범죄도시 얘기가 나왔는데, 형사님은 ‘마동석 신드롬’이 참 씁쓸하다더라. 다들 “왜 한국 경찰은 마석도처럼 범인을 못 잡냐”는데 실제로 마 형사처럼 행동하다간 소송에 휘말려 옷 벗을 게 뻔하다는 거다.

  지난해 층간 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후 경찰청장은 과감한 물리력 사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 입을 모은다.

  최근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연구에 따르면, 경찰이 현장에서 물리력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조직 문화였다. 민원, 언론보도로 구설수에 오르면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하는 건 조직이 아닌 경찰 개인.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면 정상적인 근무도 어렵다. 그런 선례를 보며 후배 경찰들이 얻는 교훈은 ‘강한 물리력은 잘 되면 본전, 문제되면 내 탓’이란 것. 경찰서장이 사고 친(?) 마석도 형사를 감싸는 건 영화에만 있는 일이다.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 조직에서 민중의 지팡이는 한낱 직장인으로 전락한다.

  범죄도시2에서 정신이상자가 슈퍼에서 칼을 들고 인질극을 벌인다. 마 형사가 불주먹으로 진압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친다. 그러나 신문에 난 건 전혀 다른 내용. 과잉진압 논란이다. 반장도 마 형사를 나무란다. 영화 속 배경은 10년 전이지만, 지금이라고 다를까. 약하게 대응하면 무능한 경찰이, 강하게 대응하면 과잉진압 경찰이 된다.

  만약 대한민국 경찰이 모두 마석도가 돼도, 당신은 지금처럼 열광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 경찰에 그만큼의 공권력을 실어줄 준비가 돼 있을까.

 

<바질>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