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8000원, 커피 한 잔에 2500원, 저녁 먹으면 또 1만 원.

  거창한 약속이 있는 게 아니라도 하루에 2만 원이 뚝딱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수업을 들으러, 공부하러, 출근하러. 한 번 외출하면 집에 돌아가기까지 모든 순간이 돈이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에는 5만 원도 순식간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사람 많은 동네까지 갔으니 먹고 싶은 것은 모두 먹고,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는 탓이다.

  어느 순간부터 매일 빠져나가는 그 돈들이 아까워졌다. 약속 중에 쓰는 돈은 그날의 즐거움으로 충분히 보상받는다지만, 평소에는 안 써도 되는 돈을 꼬박 꼬박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의 습관을 작은 것부터 바꿔 나갔다. 밖에서 음식을 포장해 가는 횟수를 줄이고, 직접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 샐러드를 사기보다 양배추를 볶아 먹었고, 덮밥을 사 먹기보다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커피는 텀블러에 미리 타서 들고 다녔다. 빽다방 ‘아샷추’는 2500원이었지만, 카누 커피는 10개입이 그쯤 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날보다 편집국에서 공부하는 날이 늘었다.

  식비뿐만이 아니다. 영화 한 번 보는데 1만5000원이나 드는 게 불만스러워 성신여대 CGV가 아닌 근처의 ‘아리랑 시네센터’를 찾았다. 작은 독립 영화관이라 7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정도의 거리를 갈 땐 걷거나 따릉이를 탔다. 돈도 안 쓰고, 운동도 하고. 나쁘지 않은 습관이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런 소비 행태는 최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루에 한 푼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 중이랬다. 점심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가격도 모두 오르는 ‘런치플레이션’은 모두에게 무시하기 힘든 현상이었나 보다. 그나마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과 즉석조리식품의 매출이 늘었다. 도시락을 싸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따릉이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늘어났다고 한다. 높아지는 물가에 직장인도 가난한 대학생과 비슷한 삶을 산다.

  ‘만 원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었다. 20년 전쯤 일주일을 1만 원으로 버티면 상품을 주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쓰이던 말이다. 2022년에 ‘만 원’으로 ‘행복’을 찾는다면, 보통 한 끼 정도 크기의 행복일 것이다. 만 원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점점 작아지지만, 오늘도 난 따릉이를 타고 장을 보러 간다. 따릉이를 타고 가며 맞는 바람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엄선영 기획1부장 se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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