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말코비치 되기>

별점: ★★★★☆ 
한 줄 평: 세상에, 그건 나였어... 내가 아니었나?  


 

  “세상 사람들은 두 부류야. 원하는 걸 쫓아가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영화 속 맥신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전자의 욕망이 정말 자기 자신만의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타인의 무수한 욕망에 노출된 우리는 타자를 통해 ‘나’를 정의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아의 온전함을 묻는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다. 

  주인공 크레이그는 인형 조종사를 꿈꾸는 백수다. 그는 TV에 출연한 스타 인형 조종사에게 사기꾼이라고 욕을 퍼붓다가도 다음날 거리에서 같은 내용의 인형극을 공연한다. 타인을 시기하면서도 그를 모방하며 희열을 느끼는 모습이 모두 한 번쯤 품어봤을 감정이기에 더욱 불쾌하게 느껴진다. 

  변변치 않은 벌이에 체념한 크레이그는 취업한 회사에서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가는 통로를 발견한다. 벽에 난 긴 동굴을 지나면 누구든 15분 동안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며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을 똑같이 경험하게 된다. 짧지만 강렬한 ‘투영’의 경험에 매료당한 크레이그는 직장 동료인 맥신과 함께 ‘존 말코비치가 되는 경험’을 회당 200달러에 팔기로 한다. 

  이후 영화는 ‘말코비치’라는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한 등장인물들의 처절한 사투를 보여준다. 크레이그, 아내 로티, 회사의 대표인 레스터 박사, 심지어는 말코비치 본인조차 온전하고 유일한 말코비치가 되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들이 공통으로 욕망하는 것은 바로 ‘맥신’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맥신은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말코비치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자신을 버려가며 좇은 욕망의 종착지가 자신을 지킨 맥신이라는 점이 가짜 말코비치들을 우습게 만든다. 

  말코비치가 되어 본 사람들은 모두 그의 안에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훌륭한 타인의 껍데기에 자기 모습을 투영해 간접적인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껍데기를 통해 추구한 욕망의 끝에는 자아의 상실과 구속만이 존재할 뿐이다. 

  영화는 타인이라는 매개 없이 스스로 욕망하고 행동하는 자만이 몸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강렬하게 시사한다. 지금 당신의 삶을 조종하는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귀 기울여 본 적 없다면 112분간 존 말코비치가 되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재경(미디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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