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 요구에 불 지핀 서울시 반지하 대책, 그 방향은?

  지난 8월 반지하 침수 피해 발생 이후 서울특별시는 반지하를 없애겠다며 두 차례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용 반지하 신규 건축을 전면 불허하고 20년 동안 점진적으로 기존 반지하 주택을 퇴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 실시와 로드맵 마련 △지하·반지하 비거주용 용도 전환과 참여 건축주에게 인센티브 제공 △반지하 거주자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반지하 가구 지상층 이주 시 최장 2년간 월 20만 원 보조 등이 제시됐다. 서울시는 이달 중으로 반지하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내에 국토교통부와 함께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직 정책 계획 단계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나 전문가의 비판을 반영해 부족함 없이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현 대책은 반지하 퇴출에만 집중 

재정착 위해 공공이 개입해야 

불평등 완화가 중요한 안전 대책

 

지난달 16일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폭우참사 사망자 추모와 재발 방지 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주거 취약 계층이 재난 취약 계층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6일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폭우참사 사망자 추모와 재발 방지 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주거 취약 계층이 재난 취약 계층이 됐다”고 지적했다.

  “불평등이 재난이다.” 8월 집중호우 이후 177개 시민단체는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결성했다. 주거 취약 계층이 재난 취약 계층이 된 현실을 지적하며 불평등 해결을 촉구했다. 추모 행동에 참여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재난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거 정책 설계를 제안했다.

 

  - 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안정 실현 가능한가

  “반지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대책 수립은 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반지하에 신규 세입자를 들이지 않거나 기존 계약을 종료할 경우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세입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으로 보입니다. 세입자는 계약이 당장 종료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상으로 이주할 시 2년간 월 20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대책도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대책입니다. 금전적 지원은 지원받는 사람들의 손을 통과해 건물주에게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정 상황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반지하 전수조사로 파악해야 할 요소는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위치에 저렴하면서 더 나은 환경의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림동 반지하 침수로 사망한 가족이 살던 집도 큰딸이 다니던 복지관과 가까웠다고 합니다. 반지하 거주자들이 어디에 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수반돼야 합니다.” 

 

  - 반지하 거주자 이주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신속통합기획 주택 재개발 2차 공모에서 반지하 밀집 지역에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해 재개발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저렴한 주거지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산이나 소득이 적은 사람의 주거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02년 서울뉴타운사업이 추진된 후 대상 지역의 4000만 원 미만 전셋집은 83%에서 0%가 됐습니다. 집값이 높게 형성되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빈자리로 들어오고 가난한 사람들은 외곽이나 열악한 주거지로 밀려나게 됩니다.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굉장히 낮죠.”

 

  - 재정착률은 어떻게 높일 수 있나 

  “재개발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 재정착 대책이 필요합니다. 재정착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먼저 조사해야 합니다. 재정착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임시 거주지로 이주시키고 재개발 후 다시 정착할 수 있게 돕는 ‘선이주 선순환’ 방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1980년대부터 협동 재개발 방식을 채택해 개발 계획에 대한 민간의 절대적 권한을 인정해왔습니다. 이는 강제 철거를 비롯한 폭력의 문제와 재정착률 저하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재정착률을 높여야 합니다. 공공임대주택도 재정착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면 재개발 이후 민간 주택 외의 선택지가 주어지기 때문에 재정착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번 침수 피해를 통해 주거권이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서, 불평등 완화는 중요한 안전 대책이라 생각합니다.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주거 정책에 있어 공공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기존의 도시 정책이 땅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것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이제는 공공성을 중심으로 새롭게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글 | 성정윤·임예영 기자 press@ 

사진제공 |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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