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일 문화스포츠대학 교수·문화컨텐츠전공
안남일 문화스포츠대학 교수·문화컨텐츠전공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최민식 주연의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를 보다가30여 년 전의조치원역()”을 만났다.

  조치원역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보통 역으로 사용되었는데 역사(驛舍) 1923년에 준공되었으니 2023년은 자그마치 조치원 역사가 10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기와집 모양의 고풍스러우며 한 시대의 흔적을 표상했던 역사는 도시개발 및 현대화라는 미명아래 1999년에 새()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여기에 물결 무늬(~)를 얹어 현대적 디자인 건물로 재건축되었다. 그러나 주변 환경과 완전히 동떨어진 디자인은 물론, 어떠한 역사적 맥락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건축디자인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봐도 말이 안 되는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후방 지역의 역사 문화 공간으로 유지하자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역사 철거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지만, 도시개발론에 밀려 결국 옛 모습을 잃고 말아 조치원역을 드나들 때마다 그때 지금과 같은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정책적 방안이 수립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시재생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1985년 유럽 시민 간 문화공유 및 상호이해증진을 목적으로 하는유럽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사업에서이다. 이후 2002년 유네스코(UNESCO)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을 도시발전 전략으로 삼아 세계 여러 도시에 문화예술을 접목했다. 다양한 도시공간 개발을 통해 문화적인 선순환을 구축한 영국의 리버풀(Liverpool), 산업 시대에 남겨진 화물열차 이동로를 도시공간으로 새롭게 구현한 미국의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 등은 대표적 도시재생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문화 도시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도시 및 지역재생 사업을 전개해 왔는데, 본격적으로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 것은 2013 6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정되면서부터이다. 도시재생에 필요한 사업에 대해 구도심 및 도시 내 쇠퇴지역 등의 기능을 증진하고,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여 자생적 도시재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제정한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하여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해 도시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며,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이전의 도시재생사업을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바꿔 기존의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 재개발의 도시 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도심 환경을 개선하려는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이처럼 도시재생 관련 정책 수립 및 추진은 도시 내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역사 문화자원과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까지를 포함해서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과 일관된 추진력을 갖지 못하고 도시재생 전문가 부족과 시민들의 이해 상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은 그 성과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 30여 년 전의 조치원역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은 산일제사공장(山一製絲工場)과 삼충편물공장, 그리고 한림 제지를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진조치원 1927 아트센터1935년부터 78년 동안 사용되다가 폐쇄된 정수장 시설을 근린공원과 통합하여 문화공간으로 조성한조치원 문화 정원’, 그리고 1980년대 청자장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청자장등이 대신할 것이다. 내 기억 속의 조치원 역사는 드라마 속 CG로밖에 만날 수 없지만 세종시 조치원 일원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역사 문화자원들은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도시재생이 되어 다시 경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보다는 기억에 대한 장소성의 즐거움과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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