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소프트파워 강조

최근 갈등은 민간에서 기인

한중 모두 관용 키워야

 

한중 간 문화갈등 사례
한중 간 문화갈등 사례

 

  중국은 경제·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문화 차원에서 입지를 다지고자 문화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러 콘텐츠를 통해 자국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관을 확산시키려 했지만 해외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한국 역시 한류 콘텐츠가 늘고 전통문화를 누리는 국민의 연령층이 넓어지며 자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졌다. 그에 따라 중국과의 문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전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일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을문화공정으로 통칭하는데, 이에 대한 양국 국민들 간 대립도 심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범국가적 프로젝트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것에 주목했다. 외교 수단으로서 군사력, 경제력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일컫는 소프트파워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다. 중국은 문화에 방점을 뒀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문화 소프트파워개념을 강조하며 문화산업을 본격적으로 부흥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2011년부터 국가 전략으로서 문화콘텐츠 수출이 공식화되고 2012년 시진핑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영남대 중국연구센터 <중국과 중국학> 48호에 수록된 김도훈(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 국가전략사업단) 교수와 류호현(문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의중국 소프트파워 전략의 딜레마-한국 내 중국 서브컬처를 중심으로(2023)’에 따르면 중국 문화산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콘텐츠는 크게 두 부류다. 중국은 정부의 지도하에 자국의 전통과 가치관을 반영한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했다. 동시에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서 서브컬처 콘텐츠들도 생겼다. 특히 중국 내 웹소설, 게임 등 플랫폼 산업이 발전하면서 관련 콘텐츠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국내외에 전파됐다.

  서브컬처 문화와 달리 중국 당국의 주도로 제작·유통된 주류 문화 콘텐츠들은 흥행하지 못했다. 전통과 사상의 지나친 선전이 반중 정서를 심화시킨다는 대중의 비판도 일었다. 김도훈 교수와 류호현 교수는 중국 정부 지도 하에 제작된 콘텐츠는 역효과를 낳으며문화 수출을 통한 소프트파워의 강화 및 대중국 인식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갈등 관계에서 나온문화공정

  한국에선 중국의 문화 정책과 프로젝트를문화공정이라 칭한다. 다만 공식적으로문화공정용어를 사용한 사례는 없다. 이욱연(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한국 네티즌들이 한중 간 문화 갈등을 편의상문화공정이라 일컫는 것이라 설명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이 진행했던 동북 지역의 역사해석 프로젝트인동북공정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동북공정에 대한 갈등과 긴장된 분위기가 문화 갈등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동북공정 프로젝트 과정에서는 고구려를 비롯한 한국의 고대사와 중국사 간 충돌이 발생했다. 조법종(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는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문화라 주장하는 것을 보며신 동북공정으로서 문화공정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라 말했다.

  한중 간 문화 갈등은 문화유산 등재를 두고 정부 간 논박이 발생하며 화두에 올랐다. 2005년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리려 한 것에 대해 중국이 반발했다. 2011년 중국 정부는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에 한국 정부에서 아리랑을 한국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며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문화 갈등이 본격화됐다.

  최근 불거진 문화 갈등은 민간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김치공정이라고도 불리는 중국의파오차이(泡菜)’ 논란의 경우 2021년 중국의 유튜버가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공개하며중국음식’, ‘중국요리를 해시태그로 건 것이 논쟁거리가 됐다. 소채화 씨는중국의 파오차이와 한국의 김치는 엄연히 다른 음식인데, 중국의 관영매체에서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을 펼쳤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조법종 교수는문화는 상호 간 학습과 참고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한중 간 문화 교류가 이뤄지며 비슷한 음식을 먹는 것은 자연스럽다문화를 대할 때 자기중심적인 태도보단 활용되는 모습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복의 기원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일었다. 2020년 중국 개발사인 페이퍼 게임즈가 제작한 게임샤이닝니키에서 한국 사용자를 위해 한복 의상을 출시했다. 출시 직후 중국 네티즌 일부가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인한푸(漢服)’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보였고 사측에선 중국 네티즌의 의견을 수용해 의상을 삭제, 한국 내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객관적으로 문화 바라봐야

  최근 한국인의 반중 정서가 높아지며 문화 갈등에 대한 인지 정도가 더 커졌다. 지난해 중앙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민심으로 읽은 새정부 외교과제프로젝트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1명 중 90.8%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중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장지효(연세대 중문20) 씨는중국에서 택시를 탔다가 기사님께한국은 왜 중국을 좋아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며 한국의 반중 정서가 중국까지 알려져 있음을 실감했다.

  문화 갈등을 바라볼 때는 갈등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이욱연 교수는최근 문제시된 사안들은 네티즌 간 논쟁에서 시작됐다한국 언론과 중국 언론이 교차적으로 상황을 보도하며 사안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문화 갈등과 논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 교수는중국 언론 매체 중 자극적 보도가 잦은환구시보(环球时报)’를 제외하곤 관련 이슈에 대해 많이 다루지 않는다고 전했다. 장지효 씨는여태 만난 중국인 중 김치를 두고 자문화임을 주장한 사람이 없었다일부 사람들의 목소리가 강조된 것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모두 문화에 대해 관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욱연 교수는중국은 동아시아 문화가 모두 자국 문화에서 기원한다는 생각을 고쳐야 하고, 한국은 중국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감정적인 대응과는 별개로, 정부 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입장도 있다. 소채화 씨는중국의 잘못된 행보나 입장에 대한 합리적 비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법종 교수는 서울대 시진핑 기념관처럼 역사·문화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국민감정에 반하는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 교수는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중 역사·문화적 갈등 요소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의식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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